스마트폰 불량 이통사-제조사 '핑퐁'게임

방통위, 제조사 시정명령 권한 없어 통신사만 뭇매..."상호협조 시급"

2011-06-24     김솔미 기자

최근 스마트폰의 통화품질 및 기기불량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간의 책임 회피로 소비자들만 피멍들고 있다.

현재 휴대폰 단말기시장은 인터넷 검색부터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단연 강세다. 하지만 음성통화 기능만큼은 기본에 충실한 피쳐폰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사용자들의 평가다.

불안정한 OS 역시 소비자들의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해당 제조사와 이통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룬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들이 짜고 애꿎은 소비자들만 골탕 먹이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스마트폰 품질저하 원인은?..이통사·제조사의 협조가 있어야

스마트폰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이동통신네트워크와 단말기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스마트폰 음성통화품질 측정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통화접속 실패 혹은 단절의 원인은 43.7%가 네트워크의 문제, 56.3%는 단말기 문제 또는 네트워크의 문제일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송·수신불량의 원인 분석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지만 방통위의 권한만으로는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

특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제조사의 경우 단말기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구체적인 조사를 실시하기 어렵다.

또한 통화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 측에는 시정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고 ‘반쪽 책임’을 가진 이통사들만 다그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는 게 방통위 관계자의 설명.

방통위의  관계자는 “스마트폰 품질 개선을 위해 이통사는 전파환경 개선을 위한 망환경을 최적화 하고 제조사는 지속적인 단말기 성능시험을 통해 개선사항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방통위 역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단말기의 품질테스트를 실시해 업체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해당 사업자에게 항의하거나 국가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1=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에 사는 황 모(여.30세)씨는 몇 달 전 스마트폰의 메인보드를 교체한 후부터 잦은 통화 중 끊김 현상을 경험했다.

황 씨의 휴대폰은 팬택에서 나온 스마트폰인 ‘이자르’. 두 세 차례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지만 아무런 해결책을 얻을 수 없었던 그는 담당기사로부터 "기기결함이 아니므로 통신사 측으로 문의해야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별 수 없이 찾아간 KT에서는 황 씨에게 "단말기 점검을 받아보라"는 허망한 답변을 내놨다.

황 씨는 “어차피 휴대폰 제조사 측으로 찾아가도 기기결함이 아니라고 말할 게 뻔하다”며 “바쁜 업무 중에 시간을 쪼개가며 서비스센터로 찾아다녔는데 두 달 째 아무런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본지의 취재 이후 팬택 관계자는 “단말기 문제와 관련해서 당사의 검증실을 통해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상 확인 시 교환이나 환불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례2= 수원시 권선구 탑동에 사는 이 모(여.35세)씨는 두 달 전 모토로라 '아트릭스'로 기기를 변경했다.

하지만 새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통화 중에 먹통이 되거나 전원이 종료되는 것은 기본, 간혹 터치버튼이 엉뚱하게 작동하거나 음악이 재생 중에 자동적으로 꺼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참다못한 이 씨는 모토로라 서비스센터로 항의해 수차례 수리를 받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후 이 씨에게 내놓은 모토로라 측의 답변은 통신사인 KT나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것.

이 씨는 “통화품질 뿐만 아니라 앱 사용이나 터치버튼에도 문제가 있는 것을 보면 기기 문제가 분명한테 제조사 측은 통신사 탓만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이 씨는 결국 모토로라로부터 단말기 교체를 약속받을 수 있었다.

#사례3=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김 모(남.28세)씨는 며칠 전 SKT의 아이폰4를 구입했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본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는 사용 후 15일 만에 발생했다. 충전 중에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전기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수차례 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당황한 김 씨는 통신사 측으로 항의했지만 제조사인 애플에 문의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김 씨는 “15일밖에 안 된 새 휴대폰에 전기가 통한다는 것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는 SKT의 태도에 황당할 따름”이라며 속상해 했다.

이에 대해 SKT관계자는 “단말기 불량과 관련하여 새 제품으로의 교환은 일정기간동안만 이통사에서 대행하고 있다”며 “제조사의 정책에 따라 이통사가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점을 양해바란다”고 설명했다.

#사례4=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사는 김 모(남.39세)씨는 얼마 전 갤럭시S 내장 네비게이션 티맵(T MAP) 앱을 이용해 길안내를 받으며 운전을 하다가 프로그램 구동이 멈춰 깜짝 놀랐다.

이후에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자 김 씨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을 방문해 증상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티맵과 갤럭시S OS의 호환문제일 것이라 추측할 뿐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답답해진 김 씨가 프로그램 제작사인 SK텔레콤에도 방법을 문의하자 소프트웨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직접적인 증상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쪽에서 연락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시스템 OS인 안드로이드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재부팅해서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은 것.

김 씨는 “내로라하는 두 대기업이 소비자가 겪고 있는 불편을 책임지려하지 않고 서로에게 떠넘기려만 하는 태도가 괘씸하다”고 호소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