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한진중공업 낙관론 확산...오너 도덕성 문제가 발목
170일 넘게 이어진 한진중공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사태해결이 낙관적인 전망을 얻고 있고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사태는 빠르면 올 상반기 안에, 늦어도 올 3/4분기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야4당을 포함한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어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3월 말 IBK투자증권 박승현 연구원은 파업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4만5천원을 제시했다. 당시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3만1500원 안팎이었다. 그러나 한 달만인 지난 4월26일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실제로 한 때 4만1천500원까지 치솟았다.
박 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이 중형 컨테이너선 업황 회복의 최대 수혜주이고, 후판 상승기를 맞아 선가 인상과 수익성 관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며 “특히 영업가치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빅조선소의 턴어라운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약 2개월이 지난 6월15일 한진중공업에 대해 다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5만1천원으로 제안했다.
대우증권도 이달 들어서만 2번의 리포트를 발표하며 한진중공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3일과 21일자 보고서를 통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부활이 예상된다"며 투자의견을 '단기매수'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4만4천원을 유지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2일 조남호 회장이 국회에 출석키로 하고 느닷없이 도피성 외유에 나서 도덕적 논란에 휩싸이자 주가가 오르내리면서 23일 3만1천500원대에 장을 마쳤다.
노사갈등이 해결되면서 영도조선소가 부활하는 한편, 인건비가 10분의 1에 불과하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생산성 및 실적 향상으로 중대형 선박을 수주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진중공업은 23일 현재 특수선박 외에 수주잔고는 없지만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가 양호한 상황이어서 파업사태가 해결되면 신규수주의 전망이 밝게 점쳐지고 있다. 구조조정 후 현재 인원으로 선박건조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신조 수주는 물론 상선 건조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성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대상인 400명 중 약 100명이 사측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어 당분간 노사갈등이 지속되겠지만,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 올 하반기부터 영도조선소가 정상화되면서 신조수주 및 신규선박 건조가 시작되면 영업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한진중공업이 몇년간 수주 '제로'인 상태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판단하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중공업의 올해 조선부문(영도조선소) 매출액이 전년대비 35% 감소한 7천52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매출액은 34% 증가한 1조원, 영업이익률은 6%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파업속에서도 투자자금이 쏠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2주일간 상장주식수에 비해 대차잔고 비중이 5.6%p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에는 대차잔고가 560만주로, 상장 주식의 11.8%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오너의 도덕성 논란이 여전히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경영난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결정했다던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 174억원 규모의 주식 배당을 실시했다.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5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중 절반은 한진중공업의 총수인 조 회장에게 돌아갔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조 회장의 아들 조원국 한진중공업 상무는 월급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인상됐다. 긴급한 경영난 문제로 지난해 말 400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정하고, 올해 2월 170명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에 대해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편 정치권은 조 회장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청문회를 열어 재계를 압박할 계획이다.
야4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회담을 갖고 "정리해고로 인해 170일째 계속되고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며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국회 출석을 회피한 것은 명백히 국회를 무시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 22일 조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은 조 회장이 청문회 출석도 거부한다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국회에 출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조 회장 뿐 아니라 이재용 사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최우영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장 등 4명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