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제약 '제로정', '최고의 사랑'서 노골적 PPL 빈축
일반약 슈퍼판매가 가시화 되면서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에서 도가 지나친 의약품 간접 광고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재 관련법에는 의약품에 대한 간접광고를 별도로 규제할 방안이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간접광고가 성행할 경우 불필요한 의약품 소비와 오.남용을 조장해 국민 건강에 독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 의약품 노골적 PPL…이래도 되나?
지난 23일 종영된 MBC 수목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방영 당시부터 자동차, 비타민 음료, 3D TV,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운동화 등 갖가지 제품들에 대한 간접광고(PPL : product placement)로 물의를 빚었다.
이 드라마 PPL의 백미는 삼일제약에서 출시한 먹는 소염진통제 ‘제로정’. ‘제로정’은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의약품임에도 이 드라마에서 마치 음료수처럼 마구 복용하는 모습이 수차례 전파를 탔다.
특히 극중 탑스타인 독고진(차승원 분)은 드라마 안에서 이 의약품의 광고 모델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실제 차승원이 현재 방영중인 제로정의 CF 모델인 점을 차용한 것.
지난 8일 방영된 최고의 사랑 11화에선 독고진의 연인이자 한물간 연예인으로 등장하는 구애정(공효진 분)이 자신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팬들에게 보낼 사인을 하고 있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때 소속사 직원이 차승원의 모습을 본뜬 제로정의 광고판을 사무실로 가져오고 혼자 남게된 구애정은 이를 한참 바라보다 실수로 광고판에 얼룩을 남기게 된다.
손으로 열심히 얼룩을 지우는 사이 나타난 독고진은 구애정에게 “사인을 몇 장이나 하는 거야. 자, 이거 먹고 해”라는 말을 꺼내며 제로정을 건낸다.
드라마 후반부엔 구애정이 제로정 광고판을 앞에 두고 독고진에게 전할 이별의 말을 연습하는 장면이 오랜 시간 전파를 타기도 했다.
23일 방영된 최종회에선 두 주인공 주변인물들이 등산을 하며 이중 한 명이 발이 아프다는 이유로 제로정을 꺼내 먹는 장면이 그대로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의도적으로 특정 상품의 실제 광고물을 극 전개의 소품으로 활용해 장시간 노출 시키는 것이 거북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군다나 제로정이 약국에서만 팔리는 의약품임에도 일상적인 활동 중에 복용하라고 권하거나 실제 복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약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황금물고기’ 등에서도 특정 의약품이 화면에 잡힌 적이 있지만 이처럼 광고물이 극전개의 중요한 배경으로 사용되고 약을 권하고 복용하는 모습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삼일제약 측에서는 이에 대한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 별도의 규제책 없어…오남용 우려 심각
의약품을 포함한 제품들의 드라마 속 PPL이 최근 들어 성행하게 된 까닭은 관개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부터 방통위는 전체 방송 시간의 5%, 화면크기 4분의 1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 상품의 노출을 허용하고 있다.
제품 자체 뿐 아니라 특정 상품임을 알아 볼 수 있는 로고와 광고물 역시 규정 크기를 넘기지 않으면 된다.
아직 의약품 PPL에 대한 별도의 규제는 없는 상황.
방통위 관계자는 “일반 광고로 허용되는 품목과 PPL 허용 대상이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다”며 “일반약 광고가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의약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드라마 속 인물의 대사나 특정 행위 역시 별도의 규제책 없이 허용되고 있다.
현재 방통위에선 의약품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PPL 운영 방안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의약품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제로정은 일반적인 소염진통제임에도 드라마 속에서는 시청자들이 한 번 쯤 먹어보고 싶은 ‘식품’처럼 그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제품의 오남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PPL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겠지만 일반 상품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약의 효능과 특징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담배광고처럼 취급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드라마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