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 하이닉스로 옛 영토 '퍼즐맞추기' 완료?
범현대가가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현대건설을 인수한데 이어 잃어버렸던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까지 손에 넣을 전망이어서 옛 현대가의 영광을 재현할 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10주년이어서 이같은 영토 회복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반도체까지 인수하면 현대가는 옛 영토를 완전히 회복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최대주주(지분율 10.8%)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옛 현대계열사들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어 주목된다.
10여년 전 떨어져 나간 현대오일뱅크(구 현대정유)와 현대종합상사를 되찾은데 이어 최근에는 하이닉스 인수 유력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이닉스는 고 정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된 회사로 올해 안에 2전3기 매각이 이루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범현대가 '퍼즐 맞추기' 막바지
외환은행, 우리은행, 정책금융공사, 신한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 21일 매각 공고를 내고 늦어도 9월 초 본입찰을 통해 하이닉스의 새 주인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하이닉스 인수의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현대중공업. SK그룹, LG전자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큰 움직임은 없다.
현대중공업은 과거 하이닉스 매각을 맡았던 메릴린치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본격 인수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불붙었던 현대건설을 품에 넣었다. 또 작년에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2009년에는 현대종합상사를 손에 넣었다.
이로써 옛 현대 계열사로 남아있는 현재 남아있는 매물은 하이닉스 뿐이다.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정몽구-정몽준 형제들이 나란히 옛 영토를 완전 회복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중공업에 안길까?
전반적으로 현대중공업은 오너의 결정만 남은 분위기다. 하이닉스 매각대금이 2~3조원으로 현금보유량이 탁월한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이닉스 인수금액이 조선 등 중공업에서 나아가 반도체, 태양광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기에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다.
하이닉스 역시 현대그룹 출신 승부사를 영입해 '현대가'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선임된 전인백 신임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김종갑 전 의장으로부터 바턴을 넘겨받아 하이닉스 매각 작업 전면에 나섰다. 김종갑 전 의장이 지멘스코리아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빈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전 의장은 현대그룹의 기획총괄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현대맨'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1984년부터는 현대전자(하이닉스 전신)에서 전략기획실장, 반도체영업본부장, 미주총괄법인장 부사장 등을 지내며 고 정몽헌 회장을 보좌했다.
특히 1999년 LG반도체와의 '빅딜'을 성공시켰고, 하이닉스가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시작한 2001년 구조조정본부장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전 의장은 채권단과의 협상을 주도하면서 미국 마이크론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부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2005년 말부터 2007년까지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을 역임했고, 현대건설 인수전을 초기에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전임 김종갑 이사회 의장이 한국지멘스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외이사 가운데 후임자를 뽑기로 했다"며 "전 의장이 지난해 3월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는데, 2001년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냈던 만큼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 의장이 과거 현대중공업과 껄끄러운 인연이 있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 현대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 의장은 하이닉스 구조조정본부장을 역임하고 2005년 11월 현대그룹에 기획총괄본부장(사장)으로 영입되면서 현 회장과 함께 현대건설 인수를 검토했었다. 당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가 이를 반대하면서 관계가 복잡해졌다.
하이닉스는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왕자의 난'과 LG반도체 인수 차입금에 따른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2001년 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 현대중공업-하이닉스 인수효과는?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 등 현대가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옛 영토 회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업의 특성상 투자비용이 엄청나게 크고, 시장 변동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인수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신한금융투자 유성모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태양광 사업을 공동으로 할 수 있겠지만, 시너지효과가 얼마나 발생할지는 모르겠다"며 "다만 계열분리된 옛 현대전자를 인수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증권 전문가는 "약 3조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해서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준은 아니다"라며 최근 흑자전환한 하이닉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무리하게 입찰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던 선례를 들면서, 하이닉스 인수전에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M&A 이슈로 외국계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재매각설이 돌자 지난 4월22일 한때 3만7천4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17일까지 2만4천100원까지 주가가 곤두박질 쳤지만 24일 2만7천900원에 장을 마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6조5천210억원 규모로 코스피시장 13위 기업이다.
현대중공업도 24일 전일보다 1.98% 오른 43만8천5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중공의 경우 하이닉스 인수설이 돌던 지난 4월11일 장중 한 때 55만4천원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 하이닉스 채권단의 매각 공고가 났던 지난 21일 41만2천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시가총액 33조3260억원으로 코스피 5위 기업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