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피보다 쩐'으로 분화한다
3세 경영 시대를 맞고 있는 범삼성가가 모래알처럼 흩어져 각자 경쟁 체제에 접어들었다.
그룹이 2세, 3세로 분화하면서 혈육으로서의 끈끈함은 사라지고 냉정한 비지니스의 관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 바로 대한통운 인수를 놓고 벌어진 삼성그룹과 CJ의 알력.
29일 CJ가 대한통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입찰 과정에서 양측은 날선 갈등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입찰 개시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 없다고 손사래 치던 삼성이 돌연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CJ와의 경쟁을 선언했기 때문.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자 지난 3월부터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자문을 맡았던 삼성증권은 바로 인수자문 포기를 통보했다.
삼성 측은 몰랐다고 해명하지만 CJ 측은 이건희 회장이 관여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사주했다'는 의혹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감정적 분출을 쏟아냈다.
신사적인 매너를 강조하는 범삼성가에서 이처럼 격결한 갈등이 표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CJ가 이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예정가보다 훨씬 높은 입찰 제안 가격을 써 낸점을 들어 이재현 회장의 '오기' 입찰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작년에는 삼성가의 매정한 모습이 수면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재찬(46)씨가 새한그룹의 몰락을 비관하다 자살한 것. 이재찬씨는 고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회장의 차남.
하지만 이 씨의 발인식에서는 숙부인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고모인 이인희 한솔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촌형제인 이미경 CJ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장지에 함께 했을 뿐이다.
제조사와 유통사 관계인 CJ제일제당과 신세계 이마트는 툭하면 제품 공급가를 높고 갈등을 벌이기 일쑤다.
2010년 초 CJ제일제당은 이마트의 가격인하 공세에 반발하며 CJ햇반 '3+1' 행사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할인 및 행사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유통사가 제조사에 공급가 인하를 요구하기 마련이기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이마트는 행사나 저가상품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에는 신세계의 물류자회사이던 세덱스가 CJ GLS의 수도권 영업소 가운데 상당수를 빼내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CJ GLS는 365억원을 들여 인수한 HTH택배의 수도권 영업소 150여 곳 가운데 50~60개가 세덱스로 이탈해 M&A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CJ GLS는 자동차부품업체 만도와 제일모직 물류 계약을 범삼성가 물류회사인 한솔CSN에 뺐기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그룹사도 마찬가지지만 삼성 그룹 역시 2세, 3세로 분화하면서 혈육의 정보다는 비지니스적인 관점에서 관계가 설정되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범삼성가간 경쟁과 손익계산이 더 철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든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