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춘향' 기름값 인하의 역습..문닫는 주유소 속출
경유, 휘발유 재고량이 부족해 문을 닫는 주유소가 속출하면서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들이 허탕을 치고 있다.
주유소업계는 정유사들이 기름 공급량을 제한하면서 급기야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화살을 정유사들에 돌렸다. 반면 정유사들은 지난 4월 L당 100원 내렸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오는 7월7일 원상 복귀되기에 앞서 주유소들이 사재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29일 서울 봉천동의 이 모(남.30세)씨에 따르면 그는 평소 즐겨 찾는 서울 관악구의 GS칼텍스가 4~5일 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아 다른 주유소를 찾아 헤매느라 불편하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하소연했다.
이 씨는 "평소 기름값이 저렴하고 자주 다니는 곳이어서 이 주유소를 자주 이용했는데 며칠 전부터 문을 닫았다"며 " 갑작스럽게 영업을 중단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이 주유소에 대해 "7월부터 100원 할인판매가 풀릴 때 기름을 팔려고 미리 사재기하고 영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GS칼텍스 사장은 "주문했던 기름이 조금 전에야 입고돼 이제 영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이 없어서 오늘은 30분만 영업을 했다"면서 "경유는 없고 지금 남아있는 휘발유도 거의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GS칼텍스 측은 자영업소에 우선적으로 기름을 공급하고 있어 일부 직영점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말을 기준 전국 3천350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직영점은 308개소에 불과하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자사가 타 정유사보다 직영 주유소 비율이 가장 많다"며 "최근 기름 수요량이 급격히 늘면서 자영주유소에 먼저 공급하다보니 일부 직영점은 기름 재고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름 부족현상은 비단 GS칼텍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4월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한시 시행된 기름값 100원 인하조치 이후 전반적으로 기름 수요량이 10~40% 급증했다. GS칼텍스의 경우 최근 경유 수요량이 지난해 동기대비 40%나 늘어난데다 여수공장 고장으로 열흘 넘게 가동이 중단되면서 기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주유소업계에서는 최근 몇개월간 정유사로부터 기름 공급량을 제한받고 있어 재고 부족으로 문닫는 곳이 생겼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난 5월 중순부터 기름 공급량을 제한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상적인 재고량에도 못미쳐 주유소들이 영업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름값 100원 인하조치가 해제되는 오는 7월7일을 앞두고 GS칼텍스 뿐 아니라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등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쌀 때 기름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집중되면서 기름값 인하 환원전까지 기름 부족사태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7일부터 시중의 기름 부족사태에 대해 전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기름을 사재기하거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판매(공급)하지 않는 주유소 또는 정유사가 있는지 불시에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불법 행위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