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부업체에 빼앗긴 서민금융시장 탈환 시급
2011-07-04 임민희 기자
특히, 이번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비리사태를 계기로 국민적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도권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에 마저 외면당한 많은 서민금융수요자들이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계부채가 무려 8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은 이자를 갚지 못해 또 다시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역할을 도외시하는 동안 대부업체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이제는 저축은행을 위협할 만큼 몸집을 키운 것이다.
저축은행, PF 기업여신 치중하다 '서민금융기관' 정체성 상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1년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현황(주택대출, 신용대출 포함)을 보면 은행이 437조 7천억원, 비은행권이 169조2천억원을 나타냈다.
비은행권별 가계대출액을 보면 상호금융(농협, 수협, 축협 등의 단위조합)이 108조2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새마을 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이 각각 29조7천억원과 21조3천억원을 기록한 반면 저축은행은 8조6천억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상당수가 저신용자들에게 집중이 되어 있어 위험성 등을 반영해 금리장사를 해 온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반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2010년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등록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자는 1만4천14개로 221만명에게 총 7조5천655억원을 대출했다. 신용대출은 6조3천150억원, 담보대출은 1조2천5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과 비교해 대출금은 11.0%(7천497억원), 거래자는 16.6%(31만명)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빌린 대출금까지 합한다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대부업체 이용자의 73.6%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로 이들의 85% 이상이 100억대 이상의 대부업체(86개)를 통해 돈을 빌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단순 금리만 비교해 본다면 대부업체는 은행이나 저축은행보다 훨씬 높은 연 40%에 가까운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위해 정책적으로 도입한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은 대출금리 연10% 이하를 적용하고 있고 카드사 및 캐피털사 연 20%대, 저축은행 연30%대, 대부업체 연 40%대, 불법 사금융 등은 연 40%대 이상의 금리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최고이자율을 기존 44%에서 연 39%로 낮춰 시행 중이다. 또한 개인과 미등록 대부업체의 돈 거래시 이자상한선을 연3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10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대부업 제2금융권까지 확대 조짐, 불법대출․고금리 단속 시급
서민들이 고금리임에도 대부업체 등을 찾는 것은 제도권 은행에 비해 자격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저신용자들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러시앤캐시(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와 같은 대형 대부업체들은 인력과 전국지점 수가 웬만한 저축은행을 능가하고 TV광고에 유명 연예인들까지 내세워 전방위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
특히, 러시앤캐시는 지주사인 아프로홀딩스를 중심으로 미즈사랑(소비자금융), 한국IB금융(리스 할부금융) 등 7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1천450억원의 순익을 달성했고 직원 수 1천238명, 전국 지점수 60개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계열사 확장을 위해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제 2금융권 도약을 준비 중이다.
과거에는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에 돈을 빌려 다시 서민에게 고금리로 대출해 얻은 수익금으로 운영했지만 이제는 대형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의 자리까지 넘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 저축은행들도 이에 맞춰 서민금융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번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위기감이 조성돼 있지만 저축은행 전체적으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구축과 체계적 관리 등 다각도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이 부실 저축은행 퇴출로 끝날 게 아니라 저축은행이 대부업 및 불법 사채시장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서민금융 완충장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대출규제 강화, 금리이자를 연 30%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선숙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그간 저축은행이 PF대출 등 기업여신에 집중하다보니 아무래도 가계대출이 많이 줄었다"며 "저축은행이 이제라도 서민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발의한 대부업법의 일부 내용 가운데 수신기능이 있는 여신기관에 대해서는 대출금리를 연 30%까지 낮추자는 안이 있었는데 저축은행업계의 반발이 심했다"며 "이미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생활자금 등 대출이 꼭 필요한 서민들은 저축은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출을 받고, 부채 역시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역할이위축되면서 고금리 대부업․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최고이자율을 급격하게 낮추면 대부업이 음성화될 것을 우려하며 주저하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서민대출자들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불법대부업이 성행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규제대책이 필요한데 특히 불법사채나 미등록 대부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