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제약사 이름값 무색하게 '벼룩이'사업 눈총

2011-07-07     양우람 기자

국내 재벌그룹 상당수가 계열 회사로 제약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이렇다할 '활약'이 없어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곤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고 건강식품 판매나 제네릭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영세 제약사들의 ‘생존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산업에 뛰어든 만큼  책임감있는 경영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재벌 그룹들이 제약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성과나 실적이 크게  미미해 실망을 주고 있다.  

재벌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제약사는 LG생명과학, SK케미칼, CJ제일제당, 태평양제약, 드림파마, 코오롱제약, 롯데제약 등이다. 각각 LG, SK, CJ, 아모레퍼시픽, 한화, 코오롱, 롯데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LG생명과학-SK케미칼, 대기업 면모 뽐내


이중 LG생명과학은 신약, 바이오의약품 등 우수 의약품 개발에 대한 투자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재벌그룹 계열사 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이 지난 1분기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총 178억9천9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20.89%를 차지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높다. 

2위 한미약품(13.57%)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며 투자금액 자체만으로도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180억8천600만원)과 맞먹는다. 

LG생명과학은 이러한 의욕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미국 허가 관문을 통과한 신약 팩티브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물론 현재는 당뇨병, 서방형 성장호르몬, 통풍 등과 관련된 신약 개발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SK케미칼 역시 연구개발에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SK케미칼은 국내 최초의 항암신약인 ‘선플라주’를 개발한데 이어 국산 천연물신약 1호 ‘조인스정’, 2007년엔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의 자체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를 제품은 비록 시장에서 두각을 내타내지 못했지만 모두가 고도의 기술을 집약해 만든 신약이라는 점에서 재벌 그릅의 계열사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성과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일부 재벌 제약사 사업내용 영세업체만도 못해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재벌 계열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대다수가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제네릭 등 시간과 노력없이 개발이 용이하고 위험부담이 적은 제품들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식품과 제약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데 그 비율은 7:3 정도로 식품 분야에 치중돼 있다.

의약품 부문 제품 라인업은 풍부한 편이지만 컨디션, 화이투벤 등 기능성 음료와 제네릭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1분기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198억6천300만원에 달하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1.22%에 불과하다.


태평양제약은 한때 DDS(drug delivery system) 신기술을 이용한 케토톱, 보톡스를 위협할 톡신제제 개발 등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이렇다할 연구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회사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와 투자는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1분기 태평양제약이 R&D에 쏟아부은 비용은 12억7천300만원으로 매출 대비 4.33%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 

대신 태평양제약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년간 병원과 의사들에게 152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연구개발에는 소월한 채 판매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오명을 남겼다.

나머지 드림파마, 코오롱제약, 롯데제약도 비상장 회사로 재벌그룹의 후광을 입고 있지만 의약품 연구개발과 관련된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롯데제약의 경우 2007년 8월 이후 일체의 의약품 생산을 중단하고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벌의 문어발식 손길이 제약산업에까지 닿고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곤 부끄러운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오히려 영세 제약사보다 못한 사업 내용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아  그룹 이미지마저 훼손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