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하이닉스 인수는 독배? 시장반응 냉담
2011-07-08 임민희 기자
유력 인수후보였던 현대중공업이 돌연 불참하고 대신 STX와 SK그룹(회장 최태원)간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이 실제 입찰에 참여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도체 산업은 경기 변동성이 워낙 큰데다 해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를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자칫 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 주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일 STX와 SK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관련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자금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무리하게 나설 경우 자칫 '독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STX보다는 재무구조가 견고하고 해외사업 경험이 많은 기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STX그룹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한다"며 "8일 마감 시한(오후 4시) 전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LOI 제출 후 하이닉스에 대한 자산실사를 거쳐 의구심이 해소되면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STX 분담금은 그룹내 보유 현금(3조원)과 우량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00% 무차입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 현재 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5조6천333억원으로 이중 채권단 지분 15%(2조4천억원 추정)를 매각할 계획이다. STX측은 부담금이 1조2천억원 가량될 것으로 보고 해운, 조선, 엔진 등 우량 자산 순으로 매각해 인수자금을 충당할 예정이다.
STX측은 하이닉스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STX는 조선해운업에 집중된 기업인데 반도체나 IT로 사업을 확대하는데 대해 시장에서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특히, 자금사정이 아주 좋은 기업이 아닌 데 무리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을 까라는 우려감도 있다"고 평가했다.
STX그룹은 강덕수 회장이 지난 2000년 20억원으로 쌍용중공업의 최대주주가 된 후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 2007년 아커야즈(STX유럽) 등을 잇달아 인수에 성공하면서 그룹 출범 10여 년 만에 매출이 100배 가까이 느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조선·해운업 불황 등으로 위기를 겪으며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등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월에는 STX그룹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명목으로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다가 채권단과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뜻을 접었다.
시장에서는 STX의 재무구조가 견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하이닉스 인수라는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STX그룹 주가는 두달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 6일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후에는 더욱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7일 현재 STX 주가는 1천200원(-5,45%) 내린 2만800원을 보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주가도 이날 1천800원 내린 2만7천50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하이닉스 인수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 데는 반도체 산업의 불안정한 요인 때문이다.
진성혜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반도체는 업종의 변동성이 큰데 만약 반도체 산업이 좋지 않았을 때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필요하고 자금의 규모도 막대하기 때문에 시장이 우려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인수하려는 업체 입장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했다가 자칫 그룹 전체의 재무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8일 LOI 접수 결과를 본 후 이에 따라 주주협의회에서 향후 일정을 논의하겠다"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한 곳만 LOI를 제출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접수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입찰희망업체가 한 곳일 경우 LOI 접수기간을 2주간 연장할 계획"이라며 "만약 추가 입찰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채권단에서 입찰희망업체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통해 괜찮다고 판단되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은 이달 초 LOI접수를 마치고, 8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올해 말까지 M&A를 종료할 계획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