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귀재 강덕수 회장, 하이닉스에도 통할까?

2011-07-11     윤주애 기자

'M&A의 귀재'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다시 칼을 빼들었다. 이번 목표는 세계 메모리얼 반도체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닉스다. 자산 규모 16조1천440억원, 17위 대형 매물인지라 강 회장의 배팅이 이번에는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 인수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지목됐던 현대중공업이 돌연 불참을 선언하자 이번 인수전이 불발로 끝날까 우려했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STX와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재계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는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하면서 "철저한 실사 과정을 거쳐 각종 우려사항이 해소된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부채비율이 200~500%에 달하는 조선업체가 무리하게 M&A를 시도하는게 아니냐는 시장의 불안감을 의식하고 있는 것.

하이닉스 매각금액은 당초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대중공업이 발을 빼면서 2조4천억~2조8천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문제는 STX가 그만한 인수자금이 있느냐에 있다.

STX는 "그동안 신뢰관계를 구축한 중동 국부 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 무차입으로 인수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본 입찰에 참여할 경우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현금 및 우량 자산 매각을 통해 인수금을  조달할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100% 무차입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며, STX컨소시엄의 주체는 STX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TX는 일각에서 알려진 것처럼 10년간 하이닉스에 들어가야할 신규 투자비용이 60조원이나 된다면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결코 무리하게 인수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일단 실시까지 갈 계획"이라며 "실사 후 몇가지를 검토해야 판단이 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강 회장이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키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하이닉스 인수는 엄청난 모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STX그룹주들은 이틀 연속으로 폭락했지만, 인수의향서 제출 마지막인 8일에는 0.4~2.4% 일제히 주가가 반등했다. 

STX보다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의지가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기 때문. SK텔레콤은 전날보다 3.24% 빠진 14만9천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 철저히 점검해 인수 추진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이닉스는 1999년 10월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그러나 S램 값이 폭락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 2001년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자산 규모 약 16조원, 매출 약 12조원의 '공룡 매물'이다. 하이닉스를 인수해 키워가려면 적어도 3조~4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연간 2조원 이상 투자도 필수적이다. 그동안 하이닉스는 시설투자보다 있는 자원을 활용해 최대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써왔던 터라 새로 인수하는 기업은 막대한 투자자금이 부담스럽다.

반도체 시장 특성상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매출구조도 타 분야 업체에 진입장벽으로 통한다. 실제로 유동성 자금이 풍부한 현대중공업도 태양광사업의 시너지효과보다 투입금액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자 다각적으로 검토한 끝에 발을 뺐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두 오너들의 인수의지에 달렸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M&A의 귀재로 불리는 강 회장이 맞붙는 것이라 결과가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과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고, STX그룹은 조선사인 대동조선과 야커야즈, 해운사 범양상선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불린 M&A 전문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수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