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바쁜 업무로 여름휴가 의외로 '수수'
재계 총수들의 여름휴가는 의외로 소박하다 못해 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맘껏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이들은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일반 샐러리맨보다도 못한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드러난 것.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켜저버린 위상 만큼 챙겨야할게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다 이들의 결정과 선택이 하반기 한국 경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맘놓고 쉴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나 CEO의 휴가 계획 1위는 단연 '자택에서 며칠 쉬며 하반기 경영 구상하기'이다.
심지어 업무가 잔뜩 밀려 휴가를 반납하고 사무실을 지키거나 해외 출장으로 휴가를 대신하겠다는 답변도 있었고, 가족과 함께 국내 휴양지를 다녀오거나 집에 틀어박혀 푹 쉬겠다는 소박한 답변도 나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처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독서와 경영 구상을 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1년 반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다한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본격적인 그룹 내부 쇄신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 회장도 이달 말이나 8월 초 1주일간 휴가를 내고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 전략과 미래성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초 휴가를 가기로 한 허창수 GS 회장도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도 자택에서 휴식하면서 올해 사업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간다.
특히 지난 8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강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시 중장기 발전 계획을 따져보면서 본입찰 참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 5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김승연 한화 회장도 한곳에 머무르면서 경영 구상에 매진할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의 동남아 진출과 중국 사업 재조정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어 최근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적인 여름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일 베트남 현지 기업과 이마트 하노이 1호점 개점 협의를 한 데 이어 다음 달까지 1~2곳 더 돌아보고 나서 늦여름에나 휴가를 갈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념해온 터라 여름휴가는 생각할 여력조차 없었던데다 5개월 내 유치위원회를 조직위원회로 재구성하는 과제가 있어 마음껏 쉬지도 못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최태원 SK 회장도 검찰 수사, 하이닉스 인수 문제 등으로 별도 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CJ 회장 역시 대한통운 인수등 이슈도 걸려있어 예년과 다름 없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면서 휴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그룹이 워크아웃 중인데다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과의 고소ㆍ피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