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무는 쥐? 제약CEO 복지부 겨냥 집단 서명
최근 복지부가 일괄적인 약가인하 추진 계획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 국내 제약사 CEO들이 집단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반발에 나섰다.
칼자루를 쥔 보건 당국의 정책에 제약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선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라 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장기적인 추진안을 제시한 것 뿐이라며 제약사들의 반발에도 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약협회는 최근 복지부의 대폭적인 약가인하 추진 계획이 발표된 직후 191개의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각 제약사 대표 명의로 이번 정책에 반대 의견을 모으는데 동참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지난 2009년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가 추진될 당시 이루어졌던 반대 서명운동에 이어 최근들어 이루어진 두 번째 집단행동이다.
제약협회는 이와 관련 회원사들에 호소문을 전달하고 당국이 추진하는 약가 정책의 부당성을 알리고 이를 함께 저지하자고 독려했다.
제약협회는 이번 서명운동의 배경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추진된 기등재목록정비사업과 시장형실거래가제도로 인해 이미 최대 2조원의 약가인하 충격을 감내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새로운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새로운 약가제도가 시행되면 12조3천억원에 이르는 보험의약품 시장이 20%이상 강제 축소된다는 것이 제약협회의 설명.
이어 제약협회는 이번 약가 인하 방침이 원료합성 및 제제기술 개발 등 제네릭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내 제약산업에 커다란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 염려했다.
협회는 “한․미 FTA, 한․EU FTA라는 완전한 시장개방을 앞두고 제약선진국과의 무한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추가 약가인하 조치는 경쟁의 장에 나서는 자국 선수의 팔다리를 묶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약기업 연구개발비의 원천인 약가를 인하하면서 신약개발을 독려하고 산업육성책을 마려한다는 모순된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 산업의 주체인 제약기업의 R&D활동을 위축시키는 어떠한 산업육성정책도 무용지물임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제약협회의 이 같은 요청은 그동안 실거래가상환제 등 자신들의 실익이 걸린 굵직한 사안이 결정될 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책이 추진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약가인하 로드맵은 장기적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최초 등재가격의 50%선 까지 약가를 깎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협회 차원의 경경 대응을 불러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약가 인하와 관련된 여러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금까지 업계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였던 적이 없다”면서 “이번 서명운동은 이해 당사자로서 약가 정책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협회는 지난 11일을 끝으로 반대 서명 접수를 마쳤고 12일 호소문과 함께 각 제약사 대표들의 반대 서명을 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반대 서명에는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중외제약, LG생명과학, 일동제약 등 주요 제약사를 포함해 전체 회원사의 절반이 넘는 100곳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약가정책이 결정 된다는 업계의 하소연에 복지부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가 정책을 논의하는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 이미 제약협회 회장이 포함돼 있다”며 “약가 인하 고시가 정해질 때도 의견 수렴과 이의 신청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에 공개된 약가 인하 로드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향성을 제시한 것뿐”이라며 “관련 토론회, 공청회 계획은 현재로썬 없다. 공식 문서를 접해봐야 알겠지만 2014년 이후 약가 인하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당장에 이렇다할 답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