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야심작 '페어 프라이스' 성공할까?

2011-07-12     김현준 기자

'페어 프라이스' 제도는 과연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KT가 야심차게 내세운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업계 내외의 관심이 뜨겁다.

소비자가 가진 정보의 유무와 상관없이 통일된 가격을 제시한 면에 있어서는 긍정적이지만 그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과 판매자의 수익구조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주요 스마트폰 단말기 할부금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페어 프라이스'(공정거래가) 제도를 시행 중이다.



'페어 프라이스'란 KT 직영대리점을 비롯 모든 온·오프라인 판매점을 통해 판매되는 주요 단말기의 할부 원금을 기종별로 동일하게 책정하는 제도.

그동안 과당경쟁과 그로 인한 음성적인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인해 대리점-판매점-온라인 매장마다 스마트폰 가격이 들쭉날쭉하게 형성돼 가격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봐왔던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KT는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모델에 따라 모든 판매점이 동일한 표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전국 대리점-판매점에 보낸 상태다.

KT 측은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 일부 소비자나 대리점만 이득을 보는 불안정한 유통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일선 대리점-판매점 간 과당경쟁을 막고, KT 스마트폰은 어딜 가나 가격이 동일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라고 전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판매점마다 모두 다른 조건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어 적어도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를 찾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격이나 판매조건이 같아진다면 혹시 혼자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은 없어질 거 아니냐"며 호응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판매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보내고 있다. 대리점주 등의 판매자에게는 큰 불편을 주면서 정작 소비자들에게 가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해석.

KT 대리점 운영자는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단말기마다 다른 보조금을 태워서 판매하는 것은 대리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라며 "자사 대리점들의 업무 노하우를 원천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촌의 한 휴대폰 판매점 운영자는 "원칙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규제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음성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조삼모사처럼 결국 또 다른 방법으로 유치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본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스마트 기기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빠르게 떨어질 것이 뻔한데 KT만 가격을 규제해 놓으면 경쟁사에 밀리지 않겠냐"며 "제품별 규제기간, '페어 프라이스'를 지키지 않는 대리점에 대한 제재방안 등 구체적인 사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완전히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KT 관계자는 "그동안 판매자만 가지고 있던 단말기 가격정보를 소비자에게도 주는 등 '페어 프라이스'가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라며 "가격 또한 방통위가 정한 27만원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소비자의 부담을 덜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소비자들은 '페어 프라이스'가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최저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2조 6호에 의하면 '재판매가격유지'란 상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가 상품을 재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거래단계별 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하여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거래단계별 사업자는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여 판매하는 것이 원칙인데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이뤄지는 경우 유통단계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저하,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이미 알고 있고 지금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는 것이 방통위의 입장"이라며 "우리 또한 음성적인 보조금 경쟁 대신 서비스 품질 등 보다 중요한 다른 방법으로 경쟁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