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본격 경쟁...하반기 시장 '촉각'

2011-07-14     임민희 기자
은행 중심의 영업경쟁에 주력해왔던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가 카드․보험․증권 등 비은행 부문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제2의 도약'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금융지주사가 비은행 부문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차별적인 영업이나 추가 고객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보유한 인적자원(고객)을 토대로 보험․증권과 연계해 시너지 극대화를 이루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몸집이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은행에 비해 보험과 증권사의 경우 인수부담이 작어 인수․합병(M&A)을 통한 자산 확대가 용이하다.


<왼쪽부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4대 지주사들은 특히 보험․증권사 인수에 큰 관심을 피력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내실성장'을 기하면서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그룹의 규모를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회장 신창재) 지분 25%를 조만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KB지주와 신한지주의 참여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두 지주사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는 4대 금융지주사가 올 하반기부터 보험․증권사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물밑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신한금융 "보험․증권사 좋은 매물 나오면 인수 검토"

4대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어윤대 KB지주 회장은 보험, 증권사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KB지주는 올해 1분기 7천5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분기 실적도 1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다른 지주사에 비해 10조원 가량의 자산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자사주 9.05%(약 3497만주)를 클럽딜(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량 거래) 방식으로 전량 매각에 성공하면서 1조8천100억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어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을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조화로 세우고 비은행 부문 수익비중을 2013년까지 3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지난 3월 국민은행(행장 민병덕)에서 카드사업 부문을 분사해 KB국민카드(사장 최기의)를 공식 출범하고 KB투자증권(사장 노치용)에 KB선물(사장 남경우)을 흡수 합병해 기존 5%에 불과하던 비은행 비중이 현재 20%로 상향됐다.

어 회장은 지난 5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대주주인 ING에 생명보험사를 팔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일화를 털어놓으며 생명보험사와 증권사에 대한 추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KB지주 관계자는 "향후 시장에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관심을 갖겠지만 올 연말까지는 '내실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지난 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은행과 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지위가 취약한 증권, 보험 부문에 대한 대형화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바 있다.

한 회장은 "과거 LG카드 인수시 8조원의 차입금 중 금년말까지 5조3천억원 정도 남아 있어 재무구조상 향후 2년 후에나 M&A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은행중심의 금융그룹 인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고 보험․증권 부문은 좋은 매물이 나오면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기업금융과 IB관련 사업부문(CIB), 그룹의 자산관리 관련 PB·WM 사업에 대해 부문별로 경영관리체계를 도입해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LG카드 차입금을 갚으려면 최소 2년 이내에는 큰 딜은 쉽지 않기 때문에 교보생명 인수 등은 고려를 않고 있다"며 "짧으면 2년, 길면 3년까지는 보험, 증권사 등 계열사를 건실한 자산으로 만들어 놓고 향후 여유가 되면 자산사이즈를 키우겠다는 게 현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 "민영화 문제로 카드분사 지연", 하나 "외환은행 인수 주력"

KB지주나 신한지주에 비해 우리지주와 하나지주 측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지주의 경우 지난 2001년 한빛은행,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을 통합, 출범하면서 사업구조가 지나치게 은행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그룹차원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주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2004년 LG투자증권을 인수 후 이듬해인 2005년 우리증권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했다. 또 우리투자신탁운용과 LG투자신탁운용을 합병해 우리자산운용이 탄생했고 여기에 Credit Suisse와의 합작으로 2006년 우리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이 출범했다.

2007년에는 한미캐피탈(현 우리파이낸셜)을, 2008년엔LIG생명보험(현 우리아비바생명) 인수한 바 있다.

이팔성 회장은 올해 초 우리은행 내 카드사업부를 상반기 말까지 분사시키겠다고 밝혔지만 당초보다 일정이 지연돼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우리지주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조화가 잘 구축이 돼 있다"며 "카드분사 문제는 민영화 이슈 등에 밀려 다소 지연이 되고 있는데 관련 부서에서 내부적으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지주의 경우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비은행 부문 확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않고 있다.
하나지주는 최근 론스타와 6개월간 계약을 연장(11월 30일)하기로 합의하고 인수가격도 기존 4조6천888억원에서 4조4천59억원으로 낮췄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하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 보험이나 증권 부문에 대해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한 매각설이 제기되면서 KB지주와 신한지주가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교보생명 지분과 관련해 여러 추측성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 팔거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정해진 바 없고 다만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KB지주와 신한지주 측도 향후 교보생명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인수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의 지분이 33.6%이고 여기에 친․인척 등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60%에 육박해 사실상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B지주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비은행 부문을 성장시키려는 의지는 있지만 교보생명에 대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비상장회사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하려면 최소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인수조건이 맞지 않고 지분을 인수해도 2대 주주에 불과해 의미가 없다"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