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복수노조 정착할까? 전 계열사 초긴장
삼성그룹이 첫 복수노조 탄생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계열사 별로 대책회의를 열고 노조 확산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삼성 직원들의 근무여건과 복지 혜택은 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15일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13일 삼성에버랜드 직원 4명이 복수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자 부서 혹은 팀별로 다양한 토론회를 열고 노동조합 설립에대한 의견교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별 계열사별로 근무여건과 복지혜택을 개선하는 방안들도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간이나 주말등 과도한 근무를 줄이고 부득히 연장 근무를 할 경우 수당을 '법대로'지급하는 관례도 정착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노조가 설립된 삼성에버랜드는 그야말로 초긴장상태고 타 계열사들은 자신들이 1번 타자가 아닌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이 임직원들에게 복지카드와 국민관광상품권 등을 지급한 것도 복수노조 설립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간 삼성그룹은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이용해 직원들이 주도하는 노조 설립을 막아왔다. 그룹 계열사에 현재 9개의 노조가 있지만 대부분 친기업 성향의 노조며 노조원도 2명에서 30여명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방침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경영신념에서 유래한다. 고 이 회장은 노조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저해 요소로 보고 노조 대신 충분한 임금과 복지 혜택을 부여해 기업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에버랜드 노조 설립으로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감시 장치가 하나 더 생겼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으로 경영권 승계의 주축이 되는 곳이다. 이건희 회장 3.72%,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 각각 8.3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 측은 복수노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법에서 정한 사안이라는 것.
하지만 노조에 대한 긴장의 끈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14일 삼성에버랜드 감사팀은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을 회사정보 및 임직원 개인정보 무단유출, 범법사실에 따른 회사의 명예훼손 등의 안건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회사 측은 조 부위원장이 작년 11월과 올 7월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 2천여명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 등 개인 신상정보를 무단 유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 부위원장이 도난차량을 몰고 다니다가 현행범으로 구금돼 현재 형사 입건된 상태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삼성 측의 견제로 노조는 설립단계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 회장이 부패척결을 지시한 가운데 밝혀진 사실이기에 첫 복수노조가 삼성 조직 전체에 뿌리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말 노조설립 신고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내리막질 치고 있다.
지난 8일 88만5천원이던 주가는 14일 83만1천원으로 7% 가까이 급락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