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맨들이 사라지고 있다?

2011-07-26     양우람 기자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 바람으로 제약업계 영업사원들이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업력이 실적을 좌우하는 산업임에도 해마다 영업사원은 줄이고 연구개발 인원은 늘리고 있는 것.

신약 개발 등 제약사 본연의 업무로 무게중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과 영업사원의 감소가 현재의 불황을 장기화 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 영업사원 감소세 뚜렷…연구직은 증가

21일 제약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37개의 회원사의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업사원의 채용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사원은 지난 2008년 1천597명의 신규 채용이 이루어졌으나 2009년엔 1천411명, 지난해에는 1천315명으로 해마다 100명 가량의 인원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연구직 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360명이던 연구직 인원은 2009년 378명, 지난해에는 402명으로 늘었다.

이러한 추세는 당국의 대대적인 리베이트 단속과 이와 맞물린 약가인하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각 제약사들의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신 연구원 채용이 눈에 뛰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내 제약사들이 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총 채용 인원도 해마다 줄고 있다. 37개 제약사의 신규 채용자는 지난 2008년 3천168명에서 2009년 2천695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2천906명으로 다소 늘었지만 올해엔 최근 4년동안 가장 적은 2천352명이 신규 채용될 예정이다.  

◆ 직업에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퇴사‧이직도 빈발

이와같이 제약사의 신규 채용 현황에 눈에 뛰는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제약 업종의 리베이트 문제가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집중 포격을 받으면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된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정부 역시 전방위적인 리베이트 수사와 적발된 제약사의 약가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으로 호응하자 제약사들로써는 기존과 같은 영업방식을 더 이상 고수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정국으로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올해 신규채용 영업사원의 수를 10% 정도 줄였다”며 “영업사원의 방문조차 꺼려하는 병의원이 늘면서 이를 감안해 인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 방침 이전에 제약사 영업사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락한 것도 업계 인적 지형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제약사 영업사원=리베이트’라는 공식이 일반 국민들의 통념으로 자리하면서 종사자들의 직업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B제약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영업사원들의 퇴사와 이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자신의 업무에 불법적인 부분이 많다는 주위의 인식이 이유가 아닐까싶다”고 말했다.

C제약사의 한 영업사원은 “직업에 대한 친구나 주위의 반응이 잘못됐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가 없어 안타깝다”면서 “내부 구조상 디테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다국적사로의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D제약사를 퇴사한 전직 영업사원은 “다녔던 회사 뿐 아니라 깨끗한 이미지의 다른  제약사까지 리베이트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면서 “음성적인 일을 한다는  주변의 인식까지 겹치니 일을 계속할 마음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