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문형 신탁' 실적 저조 울상
2011-07-18 임민희 기자
은행권에서 출시 중인 '자문형 신탁'은 투자자가 은행신탁과 계약을 맺고 투자 자문사를 지정하면 은행신탁이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신탁재산을 운용,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으로 사실상 증권사의 '자문형 랩'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8월 은행권 최초로 '하나스마트 신탁'을 출시한 하나은행(행장 김정태)은 14일 현재 판매잔액이 3천179억을 기록 중이다.
국민은행(행장 민병덕)은 지난달 1일부터 ‘KB와이즈 주식특정금전신탁’을 판매, 13일 현재 319억원, 이달 순유입된 자금은 89억원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8월 '특정금전신탁'을,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 '신한프리미어 자문형 신탁' 판매를 시작했지만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판매잔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농협(행장 김태영)은 지난 11일 ‘NH 채움 노블레스 자문형 특정금전신탁’을 내놨으며 기업은행 역시 조만간 자문형 신탁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자문형 신탁 판매 잔액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증권사의 자문형 랩 실적과 비교하면 낮은 금액이다.
우리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경우 이달들어 각각 200억원과 117억원의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증권사보다 '랩'이나 '펀드' 판매 부문에서 후발주자격이지만 많은 영업점수나 고객수 등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에서 향후 '자산관리 시장'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 과열 조짐에 따른 증시 조정과 유럽발 재정위기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으로 랩과 펀드 등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매력이 감소되면서 은행들의 자문형 신탁 판매 실적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증권사의 경우 고객성향이 공격적인 측면이 강한데 비해 은행고객들은 안정성과 분산투자 선호 등 보수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문형 신탁상품 출시를 준비하던 일부 은행은 판매시기를 늦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자문형 신탁판매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출시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출시한 지 한달밖에 안 돼 집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체적으로 자문형 신탁이나 랩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기존 노하우와 판매채널 등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은행은 아직 시작단계라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고객층 역시 증권사의 경우 고액자산가나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지만 은행은 대다수 안정적인 분산투자를 원하는 보수적 성향이라 실적이 확연하게 나타나진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문형 랩과 신탁, 펀드는 주식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데 올해는 조정장세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지난해보다는 모멘텀(주가 상승세)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매력이 감소됐지만 시장규모가 줄어들진 않을 텐데 자문형 랩의 경쟁상품으로 신탁과 새로운 펀드가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상품이 경쟁력을 갖출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은행의 자문형 신탁상품은 증권사보다 자산배분이나 포트폴리오가 좀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게 있어 보수적 투자자들이 선호할 수 있다"며 "자문형 랩과 신탁은 경쟁관계에 있는 듯 보이지만 고객 투자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말 현재 자문형 랩 잔액은 9조1천824억원으로 자문형 신탁까지 합치면 내년에는 1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