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선진 제품 비교전시회서 던질 화두는?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
'많이 알고, 직접 할 줄 알며, 시킬 줄 알고, 지도하고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꼽는 CEO의 덕목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젊은 시절 해외출장 때 외국 유명 브랜드 제품을 가져다 호텔방에서 몇 시간에 걸쳐 직접 분해 조립해 장단점을 확인했을 정도로 기술적 지식과 제품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다.
지난 1991년 미국 LA 출장 때는 당시 최고제품이던 일본 도시바의 비디오카세트레코더(VCR)를 직접 분해해 임원들에게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했던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다.
2년 뒤인 1993년 LA의 가전제품 매장을 둘러보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팽개쳐져 있는 삼성 제품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즉시 전자전기 관련 임원들을 불러 모아 일갈했다.
이 회장은 경쟁사 제품을 분해한 뒤 "도시바 VTR은 삼성보다 부품이 30% 많은데도 가격은 오히려 30% 더 싸니 경쟁이 되겠느냐"며 '2등 정신'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이날 이 회장의 불호령은 현재 삼성전자의 성공 원동력으로 꼽히는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의 모태가 된다.
비교전시회서의 이회장의 한 마디는 삼성전자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날카롭다.
2002년 비교전시회를 둘러보던 이 회장은 "리모컨도 첨단기술이 모인 제품"이라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통합리모컨 출시 명령을 내렸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금형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금형 기술이 좋아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며 해외에서 최고수준의 금형기계를 구입해 협력업체에 빌려줬다.
이후 삼성전자는 색깔이 이중으로 보이는 이중사출공법을 개발, 이중색상의 크리스탈 로즈 TV를 선보이며 전 세계 TV 시장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가장 최근에 참석했던 2007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보다 떨어지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완성품 생산비율을 올리도록 질타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부문 1위, 전체 반도체 2위의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실무진이 놓쳤던 부분들을 지적해 성공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1995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숨겨진 1인치' 광고는 TV 화면 좌우가 1인치씩 잘린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실무진에게 개선을 지시한 이 회장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휴대전화 아래쪽에 있던 발신 버튼을 위로 올리도록 지시한 것도 이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준공한 정밀금형센터 또한 '디자인이 곧 전자제품의 경쟁력'이라는 이 회장의 주문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1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열흘간 수원사업장에서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개최한다.
2005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행사에 이 회장이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빠지지 않았었다.
삼성 관계자는 "19일 이후 한두 번 정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해 전시회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 핵심 CEO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천m²의 공간을 디지털미디어관, 정보통신관, 생활가전관, 반도체관, LCD관, 디자인관으로 나눠 삼성 제품을 소니, 파나소닉, 샤프, GE, 애플, 노키아, HP 등의 최신 제품들과 비교 평가하게 된다.
최근 사업부진으로 LCD사업 사장이 교체된 데다, 삼성테크원이 군에 납품한 'K-9' 자주포 불량, 삼성전자 옴니아폰과 에어컨 불량, 스마트폰 특허 소송 등 품질 관련한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 회장이 삼성에 어떤 화두를 던질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