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국민주' 해법 급부상
2011-07-19 임민희 기자
금융계는 현 정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주인없는 기업'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정도경영'과 '공정경쟁 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10년 넘게 지체되고 있지만 당장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 민영화 원칙에 부합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까지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특히, 조기민영화와 특혜인수 시비 해소 측면에서 '국민주 방식'에 의한 민영화 여론이 급부상, 실효성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를 낸 사모펀드들이 재무적 투자자(SI)를 내세워 컨소시엄을 구성, 예비입찰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정작 선뜻 나설 수 있는 후보군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민영화 무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융위(위원장 김석동)는 '유효경쟁 성립'을 이유로 우리금융 입찰을 강행할 뜻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노조 등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또 다시 우리금융을 넘기려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포스코 성공사례'를 모델로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을 일반 국민에게 싸게 파는 '국민주'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주 방식은 신속한 민영화와 인수자 특혜시비 해소 등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는 우리금융을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국민주 방식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분산매각 방식은 블록세일(일괄매각)과 희망수량 경쟁입찰(옵션 방식으로 희망하는 수량과 가격을 써낸 후 물량 매각), 국민주 방식이 있다.
블록세일과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사모방식으로 50개 이하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지만 국민주 방식은 공모방식으로 특정다수의 참여가 가능하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주식은 정부소유에 따른 제약 등으로 30% 이상 저평가되어 있는데 블록세일이나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팔게 되면 여기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만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국민주 방식으로 하게 되면 전 국민이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며 "사모방식은 여러 번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에서 1년 이상 걸리지만 국민주 방식은 단 한번에 민영화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국민주 방식을 택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내달 17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가 접수되면 법에서 정한 민영화 원칙에 따라 서류를 검토해 본입찰 참여 자격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자위는 LOI를 낸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등 3개 국내 사모펀드에 예비입찰 안내서를 보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들은 주식 매입규모와 가격, 자금조달 등 구체적 계획을 담은 예비입찰 제안서를 마감일 이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공자위 관계자는 "SI 구성에 대한 자격요건을 따로 정해 놓은 게 아니어서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외부에서 국민주 등 다양한 민영화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고 이미 참여의사를 밝힌 투자자들이 예비입찰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LOI를 낸 사모펀드들은 우리금융 예비입찰을 위해 국내외 기관 투자자 유치 등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산업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유력 후보였던 KB․신한금융지주 등이 이미 우리금융 SI참여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이들이 본 입찰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사모펀드가 금융지주를 인수하려면 산업자본 여부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등 자격요건이 충분히 검증돼야 한다. 금융위 역시 정치권의 반대를 무릎 쓰고 우리금융 매각 작업을 강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달리 상당수 금융계는 우리금융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데 대해 긍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배당과 주식매각 등으로 5조4천6억원을 회수했는데 예금보험기금 상환채권 이자로 이미 5조원을 썼고 금년에도 3천억원이 더 나가 실질적인 회수는 제로가 된다"며 "민영화를 늦추면 늦출수록 실제 회수분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금융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금융회사를 사모펀드나 특정대주주한테 넘겨주는 사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국민은행의 경우 5% 내외로 기관투자자(대주주 국민연금, 2대 주주 ING생명)가 지분을 갖고 나머지는 전부 분산됐듯이 우리금융을 정부 손에서 시장에 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