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없어 수리못해 새 거 사~"

TV 냉장고등 부품 보유기간 지키지 않고 '쥐꼬리'환불로 생색

2011-07-21     정인아 기자

유명 가전업체에서 생산된 고가의 가전제품을 길어야 5년밖에 사용할 수 없으며 그 후에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좋던 싫던 새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면?

소비자들의 일반적 사용기간에 비해 가전제품의 부품보유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고통을 하소연하는 제보가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하면 품질보증기간 내에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성능·기능상의 하자가 발생했는데 제조업체에서 수리용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제조업체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교환해 주거나 구입가를 환불해 주어야 한다.

현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규정된 품목별 부품보유기간은 TV, 냉장고, 에어컨 7년, 전기압력밥솥, 캠코더 6년, 선풍기, 세탁기 5년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하고 업체 스스로가 약속한 부품보유기간 7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 7월 11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영된 내용.
본 기사와 동일한 사항(고장 난 가전제품, 부품 없으니 버려라?)을 다뤘다. (사진-MBC)



◆ “부품 없어 못 고쳐~ 5만원 줄게”


21일 대구 동구 효목2동에 사는 이 모(여.39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6년 구입한 삼성전자 파브 LCD TV(LN40T72BD)의 AS를 두고 황당한 일을 겪게 됐다.

TV에 콘솔 게임기를 연결해 볼링 게임 중이던 이 씨의 아들이 큰 스윙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동작 인식 컨트롤러가 손아귀를 빠져나가 TV 화면을 강타한 것. 순식간에 TV 화면이 꺼지면서 액정 겉면에는 거미줄이 내려앉은 듯 금이 갔다. 전원을 껐다 켜봤지만 라디오처럼 소리만 윙윙거릴 뿐 화면은 나오지 않았다.

이 씨는 곧바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로 연락해 증상을 설명한 후 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며칠 후 센터 측은 수리에 필요한 액정 패널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제품설명서에 기재된 '부품보유기간 7년'이라는 부분을 짚어 따지자 “부품이 없는 걸 어떻게 하느냐”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 됐다.

“부품이 없으니 제품을 그냥 버리라는 말이냐”고 되묻자 더욱 기막힌 답이 돌아왔다.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보상 금액은 68만원이지만 액정 패널 값을 빼고나면 고작 5만원을 보상해 줄 수 있다는 것.

이 씨는 "300만원을 주고 산 TV가 5년만에 고물값보다 못하게 된 상황이 기막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7년간 보유해야할 부품이 없어 수리도 못해주면서 사과는 커녕 보상가 책정 시에는 있지도 않은 부품 가격을 떠넘기다니 어이가 없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해당 서비스센터가 이 씨의 TV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조속히 부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구입가에서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전액을 보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모델 수리에 필요한 액정 패널이 여전히 생산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또 다른 고장을 겪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다른 데도 못 고쳐, 일단 회수!”

제주시 일도2동에 거주하는 안 모(남.50세)씨에 따르면 그는 2006년 1월에 당시 최신 기종인 LG LCD TV (모델명 42LP1D)을 홈씨어터 포함 500만원에 구입했다.

7월초 TV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 고객센터에 연락했는데, 집에 들러 상태를 확인하고 간 기사는  “부품이 단종됐으니 감가금액에 10% 가산하여 105만1천원을 환불하겠다"는 메일을 안 씨에게 보냈다고.

어떤 물리적 힘도 가하지도 않았는데 고장난 것도 의아한데다 산지 5년 남짓 지난 가전제품의 부품이 단종됐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안 씨.

TV만 고장나고 홈씨어터는 멀쩡했기 때문에, 수리기사의 기술력 문제일 수도 있으니 사설 기술자를 알아보겠다는 안 씨의 말은 안중에도 없이 제품을 한사코 회수해 가겠다는 일방적 입장을 고수했다고.

안 씨는 “500만원짜리 TV를 고작 5년 보겠다고 사는 미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후 AS는 안중에도 없이 팔기에만 급급한 행태를 이해할 수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기 훨씬 전에도 국산 가전제품을 20년 가까이 쓸 수 있었는데, 오늘날 교체시기가 더 짧은 건 일부러 부품을 단종시켜 신제품을 팔을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부품보유기간은 7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감가환불진행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감가상각하면 다야? 냉장보관 못해서 상한 음식들은 어쩌고?”

경기도 부천시 보정구 원종동에 거주하는 임 모(남.47세)씨는  2009년 12월 발품을 팔아 LG디오스 냉장고 752리터 -35℃ 특등 냉장고(모델명 R-T758MHLW)를 구입했다.

2년간 별탈없이 사용하던 중 7월 3일 냉동실을 열어 식품을 꺼내다 중간 선반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서 -35℃ 특냉실 서랍도 주르륵 떨어지자 놀란 임 씨는 원인을 찾기 위해 냉장고를 자세히 살폈고, 냉장고 외형이 직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변한 것을 발견해 바로 AS센터에 연락했다.

이틀 후인 5일 수리기사가 방문 점검을 실시해 교환해 주겠다는 답을 들었고, 안내받은 대로 고객센터에 연락해 교환하고 싶은 냉장고 모델명을 지명했다.

그러자 사용기간을 감가상각하여 60만원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 돌아오자 임 씨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수리기사는 소비자 부담액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

임 씨는 "AS 부품 보유기간이 냉장고는 8년이라고 하는데 부품이 없어서 수리도 못 하니 다른 모델로 사비 보태서 교환하던지 환불받고 끝내던지 둘 중 하나밖에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음식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도 상당하다"며 분을 삭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AS센터에서 이미 대응을 끝낸 사항이며 해결방안은 딱히 없는 실정"이라며 "1년 7개월 사용하신 만큼 감가환불 후 다른 모델로 대체 교환시 차액 부담이 있음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정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