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클라우드 시대, 라이프스타일도 변한다

2011-07-26     김현준기자

서울시 강북구 인수동에 사는 프리랜서 김 씨는 4GB 용량의 USB에 그날그날 필요한 문서들을 담아놓고 직장과 집을 오가며 작업한다. 김 씨는 혹시라도 중요한 문서를 분실해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USB를 아예 열쇠고리에 달고 다닌다. 최근에는 USB가 불안정하다는 지인의 얘기를 전해 듣고 1TB의 외장하드를 구입, 집에 비치해놓고 중요한 자료들을 따로 저장해놓기까지 했다.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모바일 클라우드 시대가 현실로 도래하면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마저 바뀌고 있다.

직장인 김 씨는 모바일 클라우드 시대 이전을 살았던 대부분 소비자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USB, 외장하드는 물론이거니와 무거운 노트북, PC 등에서도 해방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데이터와 플랫폼, 각종 콘텐츠 등을 컴퓨터 본체가 아닌 웹상에 구름(cloud)처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구름 속의 실체를 꺼내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휴대성, 편의성이 극대화되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IT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차세대 기술 패러다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으로 남아 있었다. 이메일, 웹하드 등 클라우드의 기초격인 서비스를 넘어 국내 기업들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음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는 그 용어처럼 '뜬구름'으로만 여겨져 왔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인들에게도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클라우드'를 소개하면서부터. 특히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종 스마트기기를 연결하는 모바일 클라우드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모바일 클라우드 시대는 근본적으로 '연결성'과 '휴대성' 그리고 '속도'로 상징된다. 3세대부터 데이터 통신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각종 스마트기기들이 대거 등장한데다 3G에 비해 5배나 빠른 4G시대가 열리며 스마트폰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됐다. '휴대성'의 극단에 서 있는 스마트기기들이 빠른 '속도'라는 무기를 갖춘 데다 기존의 인터넷이 갖고 있던 '연결성'까지 감싸 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되는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외장하드, USB 등의 저장기기는 물론이고 아예 PC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등 때문에 무거워진)노트북 자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그동안 PC, 노트북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IT 산업이 자연스레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쪽으로 옮겨가게 만들어 클라우드 시장의 승리자가 향후 시장 판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올해 1604억원에서 2014년 498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관련 글로벌 시장규모가 31조원에서 6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가 클라우드 서비스 전체를 조명받게 만들었지만 사실 국내의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는 상당부분 진척돼 있는 상태다.

우선 2009년 'N드라이브'를 출시하며 현재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국내 최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NHN과 지난 3월 '다음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국내 최대 용량인 50GB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업체들은 어플 등을 출시하며 스마트 기기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털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가입한 통신사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통신업계 또한 KT('유클라우드 홈'), SK텔레콤('T백 플러스'), LG유플러스('유플러스 박스') 모두 클라우드 경쟁에 대비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각 통신사의 서비스는 포털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통신사의 강점인 인프라와 기술력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접목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전자업계가 내놓을 서비스다.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였던 애플이 기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차별점을 가졌던 이유는 바로 애플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하드웨어와 어플,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를 이미 확보한 업체가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완성하게 된다면 자사만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데이터가 볼모로 잡힌 이상 다른 스마트 기기를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한 제조사의 여러 스마트기기를 지니고 있다면 자연스레 그 회사의 콘텐츠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지니지 못한 스마트TV까지 결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빠르면 8월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 또한 자사 인프라를 이용한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일찌감치 클라우드 시대를 예상하고 관련 서비스를 진행해온 탓에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로 피해를 입기보다는 그로 인해 커진 파이를 나눠 먹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있다"라며 "이제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