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름값 압박 다시 매서워졌다...정유업계 '자라목'
휘발유가격이 연일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간 책임공방의 심판자로 나서면서 다시 한 번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100원 할인기간 엄청난 손실을 입었는데 다시 옥죄기에 들어갔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름값 100원 할인이 종료된 지난 7일부터 19일까지 2주일 연속으로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해왔다. 이달 초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기름값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비상이 걸린 정부는 주유소와 정유사 사이의 유통구조가 투명하지 않다며 휘발유 가격이 비싼 주유소 500개소를 조사해 기름값 고공행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기름시장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하면서도 정부의 인하 압박에 잔뜩 목을 움츠리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939.97원으로 전일대비 1.45원 올랐다. 서울지역은 리터당 2천원을 훌쩍 넘어 2천23.99원에 달했다.
휘발유의 경우 평균 주유소 판매가격은 100원 할인이 종료된 첫날인 지난 7일 1천919.33원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12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휘발유값이 하루 평균 1.72원이나 오른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 기간동안 정유사 평균 공급가격은 2주 연속으로 내림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유소들이 기름값 할인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중간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정유사의 휘발유 평균 공급가격은 지난달 넷째주 리터당 876.6원에서 이달 첫째주 855.22원으로 21.4원이나 내렸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국제 휘발유 가격이 약 5달러 하락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7월에 접어들면서 국제유가는 2주간 연속 올라 국내 기름값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기름값 비상상황에 돌입한 이유다.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이처럼 국내 기름값이 이처럼 국제시세가 내릴때도 오르고 오를때도 더 오르는 이유를 캐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유사는 주유소가 기름값을 안 내린다 하고, 주유소는 정유사가 비싼 가격에 공급한다고 서로 손가락질 하고 있다"면서 "(휘발유 등의) 가격이 제일 높은 전국 500개 주유소의 공급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원가구조에서는 업체가 실제 구매하는 국제유가가 아닌 국제상품가격에 국내 휘발유 도입 가격을 연동하면서 생기는 마진폭이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등 정유사들은 정유사부터 주유소까지 유류 유통마진이 리터당 100원 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정유사 마진은 리터당 10~20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시장경제에 따라 공급가와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것인데 정부가 '2천원' '1천880원' 등으로 딱 잘라 가격을 얘기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100원 할인으로 본 손실이 어마어마한데 또 다시 기업 옥죄기에만 나서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