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하면 환불 불가? '투시력'으로 판단?
불량 여부 관계 없이 '포장 개봉' 빌미로 교환·환불 거절
온라인쇼핑 유명업체들이 제품의 하자여부와 관계 없이 ‘제품 개봉 후엔 환불 불가’라는 일방적인 환불규정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구매한 제품 상태를 확인하려면 당연히 포장을 뜯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구매하자마자 두 동강이 나버린 신발, 전기가 통하는 바디관리기기 등 불량 제품에 대한 환불 요구에도 불구, ‘제품개봉=제품훼손’이라는 업체들의 엉뚱한 논리에 가로막힌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하자 발생 시 제품에 정해진 규정에 맞춰 무상 수리 및 환급이 가능하다. 품질보증기간은 신발의 경우 1년, 가전제품 1~2년, 별도의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는 1년으로 본다.
▶ CJ오쇼핑, 불량 제품 팔고 환불처리는 늑장?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거주 이 모(여.33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1일 CJ오쇼핑을 통해 바디관리기기 풀세트를 11만 원대에 구매했다.
이 씨에 따르면 바디관리기기는 사용하자마자 전기가 통했고 몸에 부착해야할 바디패치는 전혀 접착력이 없어 무용지물이었다고.
이 씨는 즉시 CJ오쇼핑에 연락해 제품불량을 설명하고 환불을 요청했지만 ‘제품을 사용한 후에는 환불불가’하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이 씨는 “단순변심이 아니라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환불이 불가하다니 당황스럽다”며 “제품 불량여부에 대한 확인조차 없이 내부규정만 운운하며 고객을 응대하는 무성의한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CJ오쇼핑 관계자는 “제품불량이 확인될 경우 사용여부에 상관없이 환불 가능”이라며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다행이 이 씨는 제품 불량을 인정받아 환불처리를 받았다.
▶ 신세계몰, “제품불량도 소비자 과실~!!”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 사는 김 모(여.31세)씨는 7월 초 신세계몰에서 구매한 3만원 상당의 구두가 얼마 신지도 않고 망가졌는데도 착용했다는 이유로 교환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소연했다.
김 씨에 따르면 구두를 신기 시작한지 사흘 째 되던 날 퇴근길에 갑자기 신발이 두 동강이 나 쇼핑몰 측에 교환 요청했지만 ‘착용한 제품은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성의 없는 답변이 전부였다.
업체 측 대응을 납득하지 못한 김 씨가 계속 항의하자 “제조사에 AS 가능여부를 물어봐 줄 수는 있다”고 안내했지만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고.
김 씨는 “하자있는 상품을 판매해 놓고도 이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신세계몰 측에 몹시 실망했다”며 “화를 내자 그제야 선심 쓰듯 환불해주겠다는 태도에 쇼핑몰을 계속 이용할 마음이 사라졌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몰 관계자는 “최초 상담원이 문제가 된 구두의 훼손부분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하자상품이 아닌 일반상품에 대한 환불규정과 혼돈한 것 같다”고 해명하며 환불처리를 약속했다.
▶ 롯데홈쇼핑, 제품 개봉하면 무조건 반품 불가?
경기 부천시 원미구 거주 권 모(여.37세)씨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롯데홈쇼핑에서 아버지의 선물로 필립스면도기를 구입했다. 하지만 선물을 건네받은 권 씨의 아버지가 제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이틀 후 직접 반품 신청을 했다고.
당시 업체 측 담당자로부터 '사용 전이라 반품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던 터라 별 의심 없이 결제취소 되었을 거라 믿었다는 것이 권 씨의 주장.
하지만 한 달 후 업체 측 고객센터로부터 난데없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상품포장을 개봉했기 때문에 반품이 거절됐다'는 내용이었다.
권 씨는 "이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뜬금없이 '반품불가'의 연락을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이미 다른 면도기를 구입해 쓰고 있는 상황인데 어쩌라는 건지..."라며 기막혀 했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당시 상품기술서 상에 ‘포장 개봉 시 반품 환불 불가’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롯데백화점 필립스 매장 매니저가 직접 관련 안내 문구를 포장박스에 부착해 배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상품 기술서에도 관련 문구를 기재해 놓은 상태다. 수입 완제품의 경우 박스가 훼손될 경우 재판매가 어려워 반품이 불가하다는 것이 수입업체(필립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