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파업 극단으로 치닫나...고객 불신 가중

2011-07-25     임민희 기자
SC제일은행 파업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성과 연봉제' 도입을 놓고 시작된 노사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파업 한 달째를 맞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예금 이탈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영업력 저하와 국내 시장 입지 위축이 불가피한 가운데 고객들마저 등을 돌릴 경우 결국 '스스로 설땅을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 파업장기화로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SC제일은행 본점)


사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인수한 후 '현지 토착화'를 표방해 왔으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국내은행에 밀려 시장점유율 하락과 순이익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구나 고위험 대출영업 치중과 서민․중소기업 지원 외면, 고배당 논란으로 빈축을 샀고 올해 초 실적악화를 이유로 27개 지점을 통․폐합한 데 이어 성과 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일각에선 SCB측이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기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SC제일은행 측은 '실적향상을 위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파업 장기화로 고객들의 신뢰를 잃을 경우 '경영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노사 '성과연봉제' 도입 격돌.."경쟁력 강화" VS "구조조정 수순"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C제일은행 노사는 개별 성과급제 도입과 상설명예퇴직제도 폐지 등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또 다시 결렬되면서 파업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C제은행 노사간의 갈등이 촉발된 것은 사측이 올해 초 전국 418개 영업점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27개 지점을 폐쇄, 통폐합하고 개인별 차등성과급제(성과연봉제) 도입 및 특별퇴직금제도 폐지(명예퇴직) 등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부터다.

특히, 사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2010년 임금단체협상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노조 측의 큰 반발을 샀다.

'성과 연봉제'는 직원들의 영업실적에 따라 등급을 5단계로 나눠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사측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직원간의 경쟁을 조장하고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라고 맞섰다.

노조는 '성과 연봉제' 도입은 지난해 임금인상건과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 지난 5월 초 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복착용 및 정시출퇴근 등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후 노사 간의 힘겨루기는 계속됐고 결국 노조는 지난달 27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 현재 전체 직원 6천500여명 중 2천800여명이 속초로 내려가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노조 파업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국 392개 지점 중 215개는 통합운영 영업점으로, 177개 지점은 일반영업점으로 이원화해 운영 중이다.

통합영업점은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지만 일반영업점의 경우 기본적인 입출금과 당좌거래만 가능할 뿐 신규가입이나 대출업무, 카드발급 등은 이뤄지지 않아 고객들의 불편을 샀다.

지난 11일에는 직원들의 업무 과중으로 인한 리스크 발생 등을 방지하기 위해 파업기간 동안 43개 영업점의 운영을 일시 폐쇄했다. 파업에 따른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대규모 예금인출' 조짐과 영업력 저하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지난 22일 파업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사 힘겨루기에 고객 불편 가중..장기화시 경쟁력 약화 불가피

SC제일은행 노사는 파업기간 동안 3차례 교섭을 벌여 '성과 연봉제' 도입에 대한 절충점을 찾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상설명예퇴직제도 폐지와 후선발령제도 전직원 확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사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대표자 교섭과 실무자간 교섭 등 '마라톤 협상'을 벌여 2010년도 임단협 안건 중 임금인상률(정규직 2%, 비정규직 4%)을 합의하고 성과급제 도입을 향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논의키로 의견일치를 봤다.

하지만 사측이 국내 시중은행에 없는 상설명예퇴직제도를 폐지하고 후선발령제도를 전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 노조 측은 이것 역시 구조조정 수순으로 보고 반대해 또다시 협상이 결렬됐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개별연봉제 등 성과주의문화 도입은 원래 올해부터 도입하려 했으나 노조 측이 2010년 임단협을 끝낸 후 별도의 TFT에서 따로 논의하자고 해 이를 상당부분 받아들여 수정안을 제시했다"며 "노조 측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는데 이제는 성과주의문화 도입 시기를 내년 1월부터 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설명예퇴직제도는 국내 시중은행에는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를 폐지하고 대신 후선발령제도를 전직원으로 확대해 시중은행들의 운용수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노조에서 반발해 결국 결렬됐다"며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실무단이 노조와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에서 파업사태 해결의지가 없는 만큼 더는 교섭요구를 하지 않겠다"며 파업을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김재율 SC제일은행노조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도 임단협만 마무리지으면 파업을 풀겠다고 했지만 은행측이 개별성과 연봉제 도입 등을 전제로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B)이 지난 2005년 3월 제일은행 인수 후 '한국토착화'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전세계 170개 메트릭스 구조를 심는 등 실적 중심의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영국 런던에 있는 SCB 본사로 원정 투쟁에 돌입, SC제일은행 파업실상을 전세계에 알리겠다"며 "국내에서도 파업 장소를 속초에서 2, 3차 장소로 확대해 계속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사측에서 교섭을 요구한다면 이에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29일째를 맞으며 은행권 '최장기 파업사태'로 치닫는 가운데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SC제일은행의 국내시장 입지 위축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외한은행 론스타 '먹튀' 문제로 가뜩이나 외국계 은행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SC제일은행 역시 고위험 대출영업과 고배당 논란, 임직원들의 불법대출과 일부 직원들의 고객정보 무단 열람 및 장기 파업사태까지 겹쳐 고객들이 얼마나 더 인내해 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SC제일은행이 노조와의 갈등 해결과 그간 불법행각으로 실추된 은행 이미지 회복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