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결합상품 계약 해지 방어 '지독하네'

전화기·셋톱박스 등 기기값으로 '위약금' 물리고 할인금액 환불 요구까지

2011-07-28     정인아 기자
인터넷 결합상품의 계약해지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상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불합리하게 책정된 '위약금'을 빌미로 소비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계약기간 이내에 서비스 불가지역으로 이사할 경우 입증자료 제출시 위약금(할인반환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주소이전 불가 등의 사유로 회사가 요구하는 입증자료(주민등록등본) 제출이 어려울 경우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주택매매계약서 등의 증빙자료 제출로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통신업체들은 이러한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자체 규정을 만들어 위약금을 강제하거나, 규정을 피해 위약금 대신 전화기 값을 청구하는 식의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소비자를 울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아쉬운 대로 전화기 값으로 '족쇄'?

28일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 거주하는 김 모(여.29세)씨에 따르면 그는 티브로드를 통해 작년 12월 TV·인터넷·인터넷전화 결합상품을 가입했다.

전화를 개설하자 김 씨의 집으로 온 것은 예상 외로 유선전화. 신생아를 키우고 있는 김 씨가 전화통화 시 불편해 하는 걸 안타깝게 지켜 본 친정어머니가 티브로드 측으로 요청해 지난 1월 무선전화기로 교체받았다고.

그러던 중 지난 7월 이사를 했고, 새 집이 서비스 불가지역에 위치한다는 것을 안 김 씨는 그간 이용해 오던 결합상품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화기 값을 한 달에 3천300원씩 3년동안 지불하라"는 업체 측의 요구에 김 씨는 할 말을 잃었다.

김 씨는 "서비스 가입 당시에는 3년간 사용하면 무상이라고 안내하더니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며 "사용자 변심이 아닌 서비스 불가 상황인데 왜 내가 부당한 요금을 내야 하냐"며 울상을 지었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관계자는 “최초 서비스 계약시 전화기를 구입하는 것으로 고객과 동의 후 서비스가 진행됐다”며 “그에 따라 해지 후 남은 액수를 청구한 것인데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행히 본지의 중재를 통해 다달이 청구되던 금액은 다음 달부터 감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서비스 불가지역?..."그럼 전화만 써"

서울시 양천구 목3동에 거주하는 이 모(여.36세)씨는 재작년 10월부터 LGU+에서 인터넷·집전화·TV 결합상품을 이용해왔다.

지난 4월 14일 이사 후 설치기사를 불렀으나, LGU+ 설치불가지역이라 이전설치가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LGU+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결합상품 위약금은 내지 않아도 되지만 전화 단말기 요금을 매월 2천490원씩 36개월동안 지불하라"는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어떻게든 해약만은 피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는 이 씨에게 상담원은 "KT는 설치 가능하니 TV와 인터넷은 KT 상품을 이용하고 전화기만 LGU+상품을 쓰며 다달이 돈을 내라"는 원칙만을 고수해 화를 돋웠다.

이 씨는 "결합상품의 혜택을 포기하고 LGU+에 전화기 값을 보태는 봉으로 취급당했다"며 "알고보니 이웃집은 공짜로 받은 전화기를 나만 9만원을 주고 산 꼴이어서 정말 바보가 된 기분"이라며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LGU+측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 '위약금 제조 방식'도 가지가지

서울 성동구 행당1동에 거주하고 있는 전 모(남.30세)씨는 3년동안 사용하는 조건으로 프로모션 할인을 받아 월 사용료 2만6천원의 씨앤앰 상품을 1만8천원에 사용 중이었다.

1년 넘게 사용해오다 최근 이사를 하게 되면서 이전이 번거로운데다 다른 통신사의 결합상품 할인 등도 관심이 생겨 씨앤앰 측으로 해지를 문의했다.

약정기간 위반으로 일정 위약금을 지급하리라 예상했던 전 씨는 "위약금 85만원을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위약금에 대한 근거를 묻자 '1년 6개월간 할인받은 금액 전부과 셋톱박스 등의 기기 설치비'라고 안내했다.

전 씨는 "사용 기간에 따라 반환금도 할인을 해주는 걸로 아는데 사용 기간에 따른 감가상각은 전혀 없이 전부 토해 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씨앤앰 관계자는 "원래 약정 할인에 대해서만 반환금을 받다가 올부터 '프로모션 할인'에 대해서도 돌려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정 할인만 적용했던 기존의 위약금이 20만원~30만원 가량이라면 프로모션 할인금액 반환을 포함했을 때는 50만원~60만원 가량이 청구된다는 것.

그는 "김씨처럼 80만원~90만원대 위약금이 종종 나오기도 하는데 그만큼 할인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정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