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정부 설익은 돌발 발언으로 산업계 '우왕좌왕'
정치권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찾기와 기름값 고공행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잇따라 돌발 발언을 쏟아내 관련업계가 당황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4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국민공모주 방식의 매각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안했지만 전문가들과 여권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발언들이 쏟아지며 주가하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또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휘발유 등의 가격 폭등에대해 정부가 '대안주유소'를 대안으로 내놨지만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을 놓고 다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충분한 논의없이 즉석식 돌발 발언으로 산업계에 혼란만 주고 있다며 좀 더 신중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 자세를 촉구했다.
◇ 대우조선해양 '국민주 방식'의 매각 논란 '일파만파'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투자자들은 국민공모주 방식의 매각이 거론되면서 주가가 떨어져 큰 손실을 입었다며 아우성이다.
대우조선해양주가는 지난달 말 4만5천250원에서 한 달 사이에 6천600원이나 떨어졌다. 27일에도 전날보다 2.03%(800원) 떨어진 3만8천650원으로 장을 마감해 7월 들어서만 주가가 14.59%나 빠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지난 26일 홍 대표가 재차 "재집권을 위해 국민주 방식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홍 대표의 홈페이지, 미니홈피 등에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 발언으로 주가가 내려앉아 피해를 입었다"며 항의글을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발과 달리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국민공모주 방식의 매각에 대해 적극 환영의 뜻을 표했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을 일부 재벌에 팔아 재산불리기에 이용당하는 것보다 포스코처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되는 것이 고용안정 등에 있어서 백번 낫다고 판단한 것.
김성철 대우조선해양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방위산업체로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성원과 조기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뼈를 깍는 고통분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2008년 한화가 인수하려다 실패한 만큼 국민공모주 방식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적극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 등은 국민주 방식의 매각에 대해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정적으로 운만 뗐을 뿐 아직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입장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25일 백 실장은 이미 상장된 회사의 주식을 국민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대안주유소 만들면 기름값 잡힐까 '시끌시끌'
정유업계도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에 잇따라 강펀치를 맞으면서 넉다운되기 직전이다.
지난 26일 지경부는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정유사 4곳이 독과점인 주유소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대안주유소'를 육성하고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주유소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유공사와 같은 대형 공기업이 싱가포르 등 국제시장에서 대량으로 석유제품을 구입해 마진 없이 저렴하게 판매할 경우 자연스럽게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대안주유소를 시범 운영한 뒤 전체 주유소 1만4천여곳의 10%에 상당하는 대안주유소 1천400곳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라는 대안을 등지고 미봉책만 나오면서 정유업계와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에쓰오일) 등 정유업계는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기름값 100원 인하에 나서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마당에 정부가 연달아 또 강수를 날리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는 "환경. 품질기준까지 낮춰 저급의 제품을 들여와 대안주유소에서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기름값 인하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유소업계 역시 당황하고 있다.
대한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전국 주유소 중 8천~9천곳은 자영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는데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대안주유소를 설립하고 대형마트 주유소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은 영세 업자들을 모두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는 소비자시민모임도 "기름값의 11% 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현재 유가를 기준으로 140원 정도 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엉뚱하게 대안주유소를 만든다고 하니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