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재섭 "노사문화 갈등 아닌 '소통' 수평 문화 전환 시급해"
2011-07-28 임민희 기자
1960년대 산업사회를 기점으로 지난 50년간 노사문제는 사회갈등의 중심축으로 여겨져 왔다. '성장과 발전'이란 국가적 명제 아래 노동자들에 대한 '분배와 평등'은 희생됐고 이를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1970년대 평화시장의 피복노동자였던 전태일 열사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피폐한 삶과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졌고 이는 노동운동의 시초가 되어 지금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있게 했다.
50년이 흐른 지금 물질은 풍요로워 졌지만 여전히 사용자계층과 노동자계층은 대립관계에 서 있다. 비정규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일각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노노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삼성과 같은 일부 대기업의 경우 노조설립 자체를 인정치 않고 있고, 최근에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정치적 음모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재섭 (사)한국노사문화진흥원 사무총장은 지금의 노사관계의 잘못된 틀을 깨고 '대화'로써 이를 풀어야 한다고 화두를 제시한다.
노동자든 사용자든 위치만 다를 뿐 언젠가는 은퇴를 앞둔 '노동자'로서 현재의 삶의 질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퇴직 후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윤 사무총장은 "'노사문화'의 올바른 정립, 수직구조에서 수평문화로 전환하는 것과 의사소통을 통해 경쟁적 관계를 탈피해 서로 양보하고 공생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재섭 사무총장 일문일답
한국노사문화진흥원을 만들게 된 취지는
- 새로운 기업문화 즉, 선진 노사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청년 및 퇴직자를 위한 교육/문화적 토대를 형성하는 게 주된 목표다. 사실 지금의 '노사관계'는 갈등, 소통부재, 분쟁조정 등으로 일컬어지는데 이제는 경영자와 노동자가 문화교육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갖고 포괄적인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수평문화로 바꾸는 것이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
- 진흥원을 설립한지 아직 7개월밖에 안 돼 홍보가 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요청을 받고 강의를 나가고 있다. 향후에는 20인 이하 또는 5인 이하의 영세한 사업장도 방문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미래에 대한 가치, 노동으로 인해 생긴 만성적 질환(스트레스 등) 치유 등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한 진흥원에 있는 노무사가 기업현장에 직접 나가 분쟁조정을 맡고 있으며 중소단위 노무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노사문화'라고 하면 아직은 생소한 개념인데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나
- 교육보다는 엔터테이먼트적인 접근이라 옳겠다. 건전한 오락과 중소규모의 이벤트를 통해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의식전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가령, 기업 내에서 음악회도 하고 교육과정에서 의사소통,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드라마 등을 공급한다. 현재 월 10여 차례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농림부 산하의 농협과 수협, 기업체의 경우 삼성, 포스코 등 24개 계열회사, 두산 계열회사 등에서 대화법과 표현력, 기업 가치에 대해 강연했다.
실제 현장반응은 어땠나
- 두산의 경우 경영자별, 중앙관리별, 현직간부별로 강의했고 포스코의 경우 중간 관리계층과 부사장단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강연을 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용퇴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노동자의 삶이 끝나고 은퇴자로서 미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변화하는 시대에 취미․봉사․자기 지시적 학습 등 여러 가능성과 희망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제 60년대 산업사회를 이끌었던 1세대 은퇴자들이 많아질 텐데 이들에게 자기 삶의 미래비전을 보여줘야 현재의 삶이 바꿔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노동자들이 퇴직 후 미래를 준비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경제적․생활적으로 전혀 보장되는 게 없다.
'노사문화'가 기형적 구조를 갖게 된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현재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과 미래사회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 역시 평균 근무연수가 11년 8개월밖에 안 된다. 아울러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는데 은퇴자나 노인들은 일할 곳이 없는 사회 등 일자리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1, 2차 산업에서 6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3, 4산업으로 너무 빨리 옮겨갔기 때문이다. 또 교양교육은 천시하고 직업교육에 초점을 둔 50년의 산업사회가 만든 결과물이다.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적 사고를 갖고 동종 직업을 놓고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3D업종에 대한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되면서 20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릴 대신하고 있고 일반 노동자들의 문화는 오락, 유흥, 과시적 소비로 변질됐다.
현 경영자단체나 노동자단체 역시 ‘노사문화 활성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기업의 교육문화나 기존 노조가 갖고 있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지향하기 어렵다. 노사문화는 사회전체적인 문제다. 이들 단체들은 각각 사용자와 노동자의 시각만 대변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조망능력의 함정이다. 기존 노사관련 단체는 노사에 관한 수익에 관한 포커스만 있을 뿐 정작 필요한 문화에 관한 포커스는 없다.
외국의 경우 '노사문화'가 잘 구축돼 있다고 들었다
- 프랑스에서는 평생교육과 일반노동자의 삶을 연계해 유급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여가치료를 일반지역 사회와 연계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노동으로 생긴 질병을 레크레이션으로 치료한다. 여기서 레크레이션은 워커의 반대인 '레저'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은퇴자들의 삶을 연금으로 해결하려다 실패한 케이스다. 우리나라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물론 공공근로자들에게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해 일부 교육을 하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일반노동자로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노사문화' 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교육은 주로 대화를 통해 이뤄지는데 의사소통, 관계증진, 상호문화이해 등 3가지가 함축하고 있다.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공생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쉽게 말해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다. 게임의 법칙, 대립관계를 지양하고 같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특히, 20인 이하의 중소단위 기업들도 정부가 경제단체에서 적극 지원해 유급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이나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시설처럼 노동자들한테도 예비적 예산을 투입해 프랑스처럼 좌판 할머니들도 이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넓혀야 한다.
향후 계획은
- 진흥원은 서울과 대구․경북지역에만 있는데 향후 전국 지회로 확대해 지역에 맞는 노사문화를 구축하고 싶다. 또한 우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유사 단체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노사문화는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서 결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과 접근법이 필요하다.
오는 8월 진흥원에서 '효율적 노사관계를 대화법(가제)'이란 책을 출판하는데 이때 여러 기업을 초청하고 강사들을 많이 양성해 중소단위 사업장으로 보내는 등 지속적인 저변확대를 해 나갈 계획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 윤재섭 사무총장은?
- 현재 전통놀이터마당 대표 겸 대구 YMCA 이사, 대한치료레크리에이션협회장를 맡고 있으며 한국여가연구소 소장, 안동과학대 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노사문화진흥원은 지난해 10월 13일 창립해 12월 31일 법인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