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폰 저절로 눌려 요금 폭탄 맞고 휘청
쥐도 새도 모르게 통화 · 콘텐츠 연결...통신사들 "사용자 편의가 우선"
휴대전화의 화면 누름 방식이 터치패드로 일반화되면서 사용하지도 않은 요금이 청구돼 소비자들을 당황케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통화버튼이 눌려지거나, 실수로 터치했다가 유료콘텐츠의 결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한 것.
실제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난데없이 요금폭탄을 맞았다는 소비자 제보가 접수됐는데 취재 결과, 터치 실수로 한 집에 사는 부부가 무려 7시간이나 통화 연결된 황당한 사례였다.
특히 터치 한 두 번 만에 결제가 이뤄지는 소액결제로 인해 몇 천 원부터 몇 만 원까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항의는 그칠 줄 모르고 있는 상황. 3천원 미만의 휴대폰 소액결제의 경우 사용자 승인 절차 필요 없이 자동으로 요금이 청구된다는 제도적 허점이 악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간편한 결제 방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본인확인 인증절차까지 거쳐야 한다면 또 다른 불만사항이 생길 수 있다"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초기화면에 잠금장치 등을 해둬 실수로 통화버튼을 누르거나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소액결제 피해를 겪은 소비자들은 "원치 않는 요금 청구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보다 이용 시 간편함을 원하는 '고객'만 우선하겠다는 통신사 측 답변은 지나치게 이기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 잠금장치 풀린 터치폰, 순식간에 인터넷 접속
29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강 모(남.23세)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 소액결제가 진행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터치방식으로 작동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는 강 씨는 며칠 전 온세통신으로부터 정보이용료 4만8천466원이 청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유를 따져보니 주머니 속에 넣어둔 휴대폰의 잠금장치가 풀려 자동으로 화면이 터치됐던 것. “유료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인증절차조차 없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우연히 인터넷에 접속된 상황”이라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사용내역서에는 동일한 콘텐츠를 이용한 기록이 연속적으로 무려 10여 건에 달했다. 한 건당 3천원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기가 막힌 강 씨는 “잠금장치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실수는 인정한다”면서도 “터치폰은 스치기만 해도 작동이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두세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가 진행되도록 한 것은 고의적인 상술로밖에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업체관계자는 “소비자의 미인지 부분을 감안해 총 16건의 내역 중 9건을 취소처리 할 것”이라며 “인터넷 접속 시 상단에 요금 표기가 명확하게 돼 있으므로 추가 조정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 쥐도 새도 모르게 7시간 통화? “요금 폭탄 맞았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 사는 김 모(남.42세)씨는 얼마 전 아내의 7월 분 휴대폰 요금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매월 평균 3만 원 대로 나오던 아내의 휴대폰 요금이 7만 원 가량 청구됐던 것.
뭔가 잘못됐다고 직감한 김 씨는 꼼꼼히 사용내역을 확인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00일 저녁 8시 경, 아내와 자신이 무려 7시간이 넘게 통화한 기록이었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통화 시간이 길어도 5분을 넘기지 않는다”며 “상식적으로 한 집에서 새벽 3시까지 통화를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확인 결과 통화 기록상으로는 분명 7시간 넘게 통화를 한 것이 맞다”며 “다만 정황상 터치폰이 일반화되면서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해 버튼이 잘못 눌려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이런 경우를 대비해 초기화면에 잠금장치 등을 해둬 멋대로 통화연결이나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며 “상황을 고려해 청구된 요금은 다음 달 금액에서 감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 ARS전화, ‘통화종료’ 안 돼 2시간 요금 덤터기
인천 계양구 계산2동에 거주하는 이 모(남.31세)씨는 지난 달 8일 오후, 한 통의 ARS전화를 받았다.
회의에 참석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이 씨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퇴근 후 8시 경 발신자표시로 저장되어 있는 070-***-****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 씨에 따르면 ‘인터넷 사은품을 가장 많이 드리는 전국 1위 인터넷 가입센터’라는 자동 안내 멘트를 듣고 TM용 전화라 직감, 바로 끊어버렸다고.
이후 영화를 관람한 이 씨는 관람이 끝나갈 즈음 도착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사용 중인 ‘오즈 스마트폰 35 정액요금제’의 월 무료통화 사용분이 초과됐다는 안내였던 것.
이 씨는 “단 몇 초 만에 끊어버린 광고성 전화 때문에 한 달 간 사용해야 할 무료통화가 모두 소진됐다”며 “말 한마디 없이 두 시간 동안 연결 상태가 유지됐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신자가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았다 쳐도 수신처인 ARS가 정상적으로 끊어졌다면 통화는 종료됐을 것”이라며 ARS시스템 문제라고 지적했다.
LG U+ 관계자는 “문제가 된 ARS번호는 전문 TM 업체에서 제공한 서비스로 현재 ARS 자동 종료 여부에 대한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ARS로 발신을 한 경우 통화가 제대로 끊어졌는지 사용자가 거듭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경우 통화 종료가 터치 형식이라 오류가 나기 쉬워 사용자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LG U+ 측은 이 씨의 정황을 참작, 청구된 통화요금의 50% 감면처리를 약속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