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가 먼지 먹으면 모터 타 버린다고?"
말끔한 청소를 위해 구입한 스팀청소기에서 나오라는 스팀 대신 탄 연기가 새어나와 소비자가 식겁했다.
수차례의 고장으로 반복 수리를 받은 상황에서 이런 사고까지 겹치자 소비자는 업체에 잔뜩 뿔이 난 상황.
29일 전남 무안군 남악리에 사는 한 모(여. 31세)씨에 따르면 최근 그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진공스팀 청소기(RC-854PST)를 사용해 거실 청소를 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5개월 된 아이를 곁에 둔 채 청소를 하던 중 순식간에 기기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깜짝 놀란 한 씨가 전원을 내리고 기기를 살펴보자 모터가 내장된 본체 부위에서 심한 열기가 느껴졌고 매케한 냄새도 났다.
한 씨는 순간적으로 청소기 내부에서 무언가 타버렸다고 여기고 곁에서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를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곧바로 대우일렉트로닉스 AS센터에 연락해 따져 묻자 “본체 모터 부위에 먼지가 유입돼 모터가 탄 것으로 보인다”라는 황당한 설명이 돌아왔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용도의 진공청소기가 먼지 때문에 고장났다는 설명을 납득하기 힘들었던 한 씨는 제품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무상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센터 측은 4만9천원의 부품비용과 수리비가 발생한다고 태연히 안내했다.
한 씨는 전화를 끊고 덩그러니 놓인 청소기를 보니 그동안 청소기를 쓰면서 겪게된 억울한 기억이 한꺼번에 스쳤다.
한 씨가 청소기를 구입한 것은 지난 2007년 3월. 보다 말끔한 청소를 위해 스팀 기능이 있는 제품을 구입했지만 구입하자마자 전원 기능에 문제가 있어 수리를 맡겨야 했다.
그나마 무상 수리기간이라 다행이였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제품은 스팀 기능을 사용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혼자서 오락가락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09년 9월 5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수리를 맡겼지만 두달후 동일한 증상이 반복돼 헛돈만 날리게 됐다.
지난해엔 흡입구와 본체를 연결하는 호스 부위에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2만1천원의 수리비가 날아갔다. 게다가 며칠전엔 모터가 타버려 연기까지 피어올랐다고 하니 한 씨로써는 부아가 치밀 수 밖에 없는 상황.
한 씨는 “제 기능도 못하는 청소기 한 대를 수차례 수리해 가면서 써왔는데 이번엔 불까지 날 뻔했다”며 “소비자의 억울한 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수리비 타령만 하는 업체의 태도가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한 씨는 비슷한 상황에 타사가 그러했듯 제품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하고 있다. 어렵다면 최소한 이번 고장에 대한 수리비는 물지 않는게 합당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현재 해당 제품은 생산이 중단돼 교환이 불가능하며 소비자가 원할 경우 제품 사용기간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환불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고장의 경우 모터 이물질에 의한 스파크로 컨덴서 부위가 방폭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씨가 수리를 원할 경우 그동안의 겪은 불편을 감안해 최대한 수리비를 경감해 주는 쪽으로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