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노사 '평행선'...고객들 "더이상~"

2011-07-29     임민희 기자
SC제일은행(은행장 리처드 힐) 파업사태가 한 달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남아 있는 직원들의 업무 과중에 따른 추가 '영업점 폐쇄'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계는 SC제일은행 노사가 진정어린 교섭으로 파업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영업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SC제일은행 본점)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 파업사태가 32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노조 측이 전면 '옥쇄파업'에 돌입하면서 중재에 나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문호)이 사측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27일부터 리처드 힐 은행장을 만나 지속적으로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파업의 주된 이유가 '개별 성과연봉제 도입'인 만큼 별도의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키로 양보했고 다만, 시중은행 수준의 명예퇴직제도와 후선발령제도 운영을 2010년 임금단체협상안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상설 명예퇴직제도 폐지와 후선발령제도 전직원 확대는 결국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에 지나지 않는다며 '교섭불가'로 맞서고 있다.

급기야 노조 측은 "사측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할 의지가 없어 더는 교섭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지난 22일부터 속초 등지에서 '옥쇄파업'에 돌입했다.

또한 23일 김재율 SC제일은행노조 위원장 등은 영국 런던에 있는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B) 본사를 방문해 일주일 가까이 원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과급제 도입 문제를 별도의 TF를 통해 논의한다는 점은 합의했지만 상설명예퇴직제도 폐지와 후선발령제도 부분은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아 교섭이 결렬됐다"며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파업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힐 행장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구조가 되지 않으려면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며 "피터 샌즈 SCB 회장도 경영진을 지원한다는 e메일을 보내 한국에서 올바른 일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힐 행장의 발언은 '성과주의문화 도입'을 놓고 노사가 대척점에 선 상황에서 사측이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쟁점이 됐던 성과주의문화 도입과 시기, TF구성에 대해 노조가 원하는 방향대로 양보하고 수정안을 제시했고 나머지 2가지 제도의 경우 시중은행 수준으로 개선하자는 건데 노조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측이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한 만큼 노조 측도 협상테이블로 복귀해 양보할 건 하고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금인출 사태와 관련해 "파업 당시에는 예수금이 8천억원 가량이 됐는데 지난 19일 기점으로 4천억원으로 감소해 파업 전후와 차이가 없다"며 "이는 평상시의 변동 폭보다 낮은 것으로 지금도 예수금은 변동폭 안에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금융노조 측의 설명은 달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SC제일은행노조에서 옥쇄파업에 들어간 후 사측에서 교섭요구가 있어 현재 김문호 위원장이 리처드 힐 행장과 중재 겸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여전히 사측의 태도변화는 없다"며 "사측의 입장은 2가지 사안은 물론 TF를 구성해 개별연봉제 도입이 결정되면 노조 측이 요구했던 지난해 임금인상분 등에 대해 해주겠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성과연봉제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노조 측에 따르면 김재율 위원장 등 SC제일은행노조 런던 원정 투쟁단은 영국 SCB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홍보물을 배포하고 그룹의 유럽담당이 HR(인사담당) 책임자를 통해 세계노동자연맹(UNI)과 영국노총, 영국금융산별노조 등의 연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SC제일은행 노조 원정단은 런던에서 일주일간 체류한 뒤 30일 오후 2시 귀국할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SCB그룹 HR 책임자가 항의서한을 피터샌즈 그룹 회장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전달이 됐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영국 금융감독청(FSA) 앞에서 영국시민들에게 홍보물(3천부)을 배포하던 중 한때 현지 경찰과 대치상황을 겪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SC제일은행 노사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릴 경우 장기파업에 따른 실적악화와 고객들의 피해만 확산될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