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식증여 바람...세금줄이고 차익도 거두고

2011-08-01     윤주애 기자

재계 오너의 세대교체가 빨라지면서  3~4세에 대한 주식증여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주가 오름세가 주춤한 사이 자식 혹은 손자.손녀들에 주식을 증여해 세금절감과 함께 주가 차익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철강전문 세아그룹과 종합식품기업 오뚜기는 최근 오너 3~4세에 잇따라 주식을 증여했다. 지난달 22일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사진 왼쪽>의 부인 김혜영씨는 손주 기혁(5세)군과 기준(4세)군에게 각각 1억1천300만원, 2억원 상당의 한국주철관공업 주식을 증여했다.

김 씨는 한국주철관공업의 주식 7만8천368주(0.34%) 전량을 2만8천368주(0.12%), 5만주(0.22%)로 나눠 각각 기혁군과 기준군에게 물려줬다.

기혁군과 기준군은 세아그룹 창업주인 고 이종덕 전 명예회장의 4세들이다.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손주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그룹은 세아메탈, 세아특수강, 세아제강 등 철강, 특수강 등을 생산하는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이 전 명예회장의 장남 운형씨와 세아그룹을 총괄, 차남 순형씨는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를 맡아 '형제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의 장손주 기혁군은 지난 2007년 3월 태어난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세아홀딩스 주식 1010주(8천만원어치)를 사들여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혁군은 현재 세아홀딩스 주식 1139주(0.03%)를 보유하고 있다. 2007년 3월 1010주를 장내서 사들인 뒤 2009년 3월 무상증자 신주(112주)를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추가로 세아홀딩스 주식 17주를 매입했였다. 지난달 29일 세아홀딩스의 주가는 17만3천원(종가)이어서 기혁군의 주식가치는 2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한국주철관공업의 시세가 4천260원(2011년7월29일 종가)인 것을 고려할 때 기혁군은 세아홀딩스 보유지분까지 합쳐 주식가치가 총 3억원이 넘는다. 동생 기준군도 한국주철관의 평균 주가를 4천원으로 계산할때 주식가치가 무려 2억원에 달한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사진 오른쪽>도 장녀 연지양에게 지난달 27일 오뚜기 주식 5만주를 증여했다.

연지양은 오뚜기 주식이 1만주에서 총 6만주로 늘어나 지분율이 0.3%에서 1.74%로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종가(16만1천원)를 기준으로 연지양의 주식 보유가치는 96억6천만원이나 된다.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오뚜기 주가는 15만4천원으로 주식보유가치는 92억4천만원이었다. 불과 3일만에 연지양의 주식보유가치는 4억2천만원이나 불어났다.

더욱이 함 회장이 연지양에게 증여한 주식은 2000년대 초반 주가가 1~3만원대 였을때 구입한 주식이기 때문에 단순계산만으로 시세차익이 7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 회장의 장남 윤식씨는 연지양보다 많은 7만130주(2.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뚜기 주식의 종가로 계산할 경우 모두 108억원이 넘고, 29일 종가로 보면 112억9천만원으로 3일 사이에 4억9천만원이나 늘어났다.

한편 오너 일가의 주식증여는 5년 전보다 더 활발한 분위기다. 계열사 지분 취득 등을 통해 편법증여 논란이 불거지는 것보다 주가가 주춤할 즈음 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이고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올해 7월22일까지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증여, 상속은 총 1천51건, 수증액은 3조3천456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모한테서 주식을 증여받은 것은 869건(2조7천921억원), 상속받은 것은 182건(5천535억원)이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