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의 민영화 밑그림은?
2분기 순익 5천억원 '내실경영' 정착..민영화 해법찾기가 승부처
2011-08-01 임민희 기자
기업은행은 그간 국책은행이란 한계에도 불구, '내실경영'과 '차별화된 상품개발'로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견실한 실적을 보여 왔다.
특히, 기업은행은 자신들의 강점인 중소기업지원 및 대출과 개인고객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은행권 4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말 현재 기업은행 총자산은 179조 3천억원으로 국민은행(268조원), 우리은행(253조 5천억원), 신한은행(222조 7천억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수익자산 및 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1분기에 당기순이익 5천647억원을 기록, 국민은행(7천405억원), 신한은행(6천479억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기업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도 5천억원 이내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은행이 향후 주요 승부처가 될 '민영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업은행, 내실성장과 차별상품으로 경쟁력 강화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다가오는 50년을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기업은행은 1961년 모태인 농협은행이 농협과 기업은행으로 분리, 재탄생해 50년이 지난 현재 중소기업전문 특수은행으로서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등의 자회사를 둔 명실상부한 종합금융사다.
특히 조준희 행장은 당분간은 '내실성장'이란 경영기조를 유지해 '단단한 은행' 만들기에 주력하면서 향후 기회를 노려 시중은행과 본격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어 앞으로 이어질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개인고객 확대와 관련, 지난 5월에 이미 개인고객 1천만명을 돌파한 만큼 목표수치를 1천500만명으로 재설정했다.
중소기업은행법상 영업비중은 중소기업과 개인고객이 7 대 3 비율을 유지해야 하지만 현재 기업은행은 8 대 2 비중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 지원을 위해서는 '개인고객'이라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 확보가 필요한 만큼 획기적 상품개발 등을 통해 적극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사실 조 행장은 지난해말 취임 직후 "애플사의 아이폰과 같은 획기적인 상품개발에 주력하겠다"며 상품개발부에 인원과 지원을 강화하고 은행장 직속에 미래기획실을 신설해 상품개발부서에서 누락된 아이디어를 직접 챙기는 열의를 보여 왔다.
올해 1월 고객 맞춤형 DIY 상품인 'IBK 스타일(Style)카드'를 선보인데 이어 'IBK상조예적금', 만 5세 이하 영ㆍ유아 전용 적금 상품인 'IBK탄생기쁨적금' 등의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기존에 출시된 'IBK 급여통장'과 'IBK 핸드폰 결제통장', 'IBK 서민섬김통장' 등도 히트 상품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은행은 본업무인 중소기업 지원과 대출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지난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금액 총 19조3천억원 중 90%인 17조6천억원을 도맡았다.
또한 성장가능성은 높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지난해 8월 자체자금 400억원과 IBK투자증권 및 연기금으로부터 투자받은 600억원 등 총 1천억원 규모의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조성했다. 아울러 자생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Buy-out) 투자도 추진 중이다.
조준희 행장 현장경영 영업력 상승 견인..'민영화' 해결 관건
기업은행의 성장 발판에는 조준희 행장 특유의 현장경영과 소통경영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조 행장은 기업은행 창립 50년 만에 배출한 첫 내부공채출신으로 기대감과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조 행장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하고 30년간 쌓은 영업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안정과 영업력 향상을 이끌고 있다. 특히, 자행출신이라는 이점을 살려 현장경영에 주력, 임직원들에게 '맏형'이자 '선장'으로 굳건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취임 후 본부에 근무 중인 임원들의 절반 이상을 현장으로 내보내고 임원들도 거래업체로 나가도록 하는 등 현장경영을 기반으로 한 영업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또한 올해 경영화두를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으로 제시, 한 달에 한 두 번씩 지역별로 영업현장에 나가 파워미팅을 주재하고 영업점에서 나온 얘기는 바로 업무에 반영토록 했다. 또한 중소업체 등의 애로사항이 있으면 업무에 반영해 고충을 처리하고 있다.
조 행장은 올 하반기에도 중소기업 지원과 다양한 특화상품 개발로 국내 기업․개인고객유치에 나서는 한편, 아시아시장 진출 등 해외네트워크 구축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법인과 지점을 설립해 영업 중이며 인도, 말레이시아 등으로 활로를 넓혀 '동아시아 IBK금융벨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본격 경쟁에 나서려면 '지주사 전환'과 민영화가 불가피하다.
기업은행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을 갖춰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한 기본 작업을 모두 마친 상태. 물론,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와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에 민영화 순위가 밀려 있지만 향후 지주사 전환과 민영화에 성공할 경우 시중은행과 대등한 입장에서 본격적인 '리딩뱅크'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여전히 기업은행 민영화 등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언제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자행 출신인 조 행장이 정부나 금융정책기관 등과 얼마만큼 소통을 이뤄내느냐가 민영화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나 민영화 부분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소관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특별히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민영화의 경우 2012년 이후에 논의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현재로선 시기를 구체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타은행에 비해 수익성이 좋아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의 외환은행 인수 성공 여부와 내년 탄생하는 농협금융지주회사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한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자칫, 다른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 개인고객 확보에 치중할 경우 중소기업지원 은행으로서의 본분을 등한시 한다는 비난도 제기될 수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기업은행이 향후 50년의 청사진을 얼마만큼 현실화시킬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