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 야구장 찾은 그의 도박수?

2011-08-02     유성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예고 없이 잠실구장을 찾아 삼성 경기를 관람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은 자신이 오랫동안 가져왔던 꿈과 목표를 성취할 때 스포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용기를 얻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현임 LG트윈스 구단주이기도 하지만 경영 현안을 자주 야구에 비유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LG경기가 열리는 날엔 잠실 야구장을 자주 찾기도 한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트위터 CEO' 답게 야구장에 일어난 일들을 트위터로 중계할 정도의 마니아다. 집무실엔 두산베어스 점퍼가 소중하게 걸려있다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농구단을 인수하며 애향심을 접목시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런 관점에서 재계의 차세대 아이콘인 이재용 사장이 단순히 관전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이재용 사장의 경우 어렸을 적 삼성 라이온스 선수들에게 야구를 배우기도 하면서 자란 '베이스볼 키즈'지만, 최근 몇 년간 야구와 관련한 행보가 없었던 상황에서의 깜짝 방문이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스와 LG트윈스의 야구 경기장을 찾아 역전승을 거둔 삼성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삼성 야구단 격려 차원에서 '갤럭시탭 10.1' 50대를 선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날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발표된 날.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39조4천400억원, 영업이익 3조7천500억원으로 실적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더구나 3분기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가운데 PC, TV 등의 제품 수요가 여전히  약세고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이 사장이 후반기 들어 4연승을 달리며 정점에 올라있는 삼성의 1등론을 강조하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가전 맞수 LG와의 경기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이 사장은 이날  가족과 함께 한남동 자택에서 야구를 보던 중 5회까지 0-2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잠실야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도박수와 같은 모험이었다.


만일 삼성이 이날 역전승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패배했다면 이 사장은 관중석에서 씁쓸함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맞수에게 졌다는 자괴감도 컸을 것이다.


실제로 이 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삼성은 5회 동점으로 따라 붙었고 6회와 7회 연달아 1점씩을 내며 4-2의 승리를 거뒀다.

역전승이었다. 


이번 시즌 삼성은 역전승 1위를 달리고 있다. 47승 중 무려 27승이 역전승이다. 8회 최다 득점을 기록할 정도의 뒷심도 자신감에 한 몫 했다.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 혁명을 불러왔을 때 삼성은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삼성은갤럭시S2의 판매 호조로 애플과 1%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3분기엔 뒤집는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집에서 야구를 보던 중 자녀들의 재촉으로 사전 계획 없이 야구장을 찾은 것"이라며 "회사 측도 나중에서야 이 사장의 방문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 이재용호'가 하반기 어떤 역전승을 만들어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