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묻은 손으로 휴대폰 만지면 '침수'?
애지중지 해오던 스마트폰의 이상증상의 원인이 '침수와 충격'이라는 업체 측 답변에 소비자가 망연자실했다.
더욱이 제품 점검 과정에서 저장해둔 연락처가 한꺼번에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3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이 모(남.22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월 SK텔레시스에세 제작한 스마트폰 더블유(SK-S100)폰을 구입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구입후 얼마지나지 않아 휴대폰에서 충전기를 제거해도 ‘충전중’이라는 화면이 바탕 화면으로 전환되지 않는가하면 배터리 지속 시간이 눈에 띄게 주는 등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급기야 지난 7월 중순 부턴 혼자서 전원이 꺼졌다가 재부팅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자 참다못한 이 씨는 AS센터를 찾았다.
수리 기사는 OS상의 오류일 수 있다며 우선 프로그램 점검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어플과 파일들이 삭제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전화번호에는 이상이 없을 거라는 말에 이 씨는 점검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AS센터로부터 '메인보드에서 침수의 흔적과 충격으로 인한 파손이 발견됐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담당 기사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동안 기기를 쓰면서 물 근처에 가본 적도 없고 흠이라도 날까봐 유난히 조심히 다뤄왔던터라 납득하기 어려웠다.
담당기사는 “손에 난 땀이 충전 단자에 유입되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보면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18만원의 수리비를 안내했다.
도무지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 씨는 수리를 거절하고 AS센터을 나오며 속상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려고 저장번호를 검색했다. 하지만 저장돼있던 연락처는 모조리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이 씨는 “여름엔 손에 땀이 안나는 사람은 어딨고 주머니에 한번이라도 넣지 않고 쓰는 사람이 또 어디 있느냐”며 “분명 전화번호 삭제에 대해선 안심하라고 해놓고선 중요한 연락처를 싸그리 날려버린 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SK텔레시스 관계자는 “외관 손상이 없다고 해서 내부 파손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보호 케이스 사용이 보편적이라 물리적인 힘 이외에 내부보드가 손상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인 모를 침수 현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없이 “흔적이 발견된 이상 유상 수리가 불가피하다”며 “이미 구매한지 5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제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용상의 부주의로 인한 고장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화번호 삭제에 대해선 “전원리셋 증상에 따라 제품 초기화를 진행하면서 여러 프로그램과 전화번호가 지워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안내했으며 이 씨가 동의한 일이라 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처음 수리 접수를 하며 SK텔레콤 측과 상담하며 전화번호 삭제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후 AS센터를 찾아 어플과 일부 프로그램이 초기화나 삭제될 수 있다는 안내를 들었을 뿐 전화번호 삭제와 관련된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