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청문회 무산 기로 '특검 카드' 만지작

2011-08-05     임민희 기자
국회 저축은행 청문회가 '증인채택' 문제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특별검사제' 도입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이 '네 탓' 공방으로 저축은행 부실원인과 책임소재를 밝힐 결정적 기회를 두 번이나 날려버린 상황에서 특검이 어떤 정치적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성역없이' 진실을 밝혀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저축은행 부실․비리 사건에 전․현 정부 인사들이 대거 개입된 정황이 드러난 마당에 저축은행 청문회와 국정조사, 여기에 특검까지 벌이고도 '부패의 사슬'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할 경우 현 정부와 여․야 정치권, 검찰당국 모두 국민들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지난달 11일부터 청문회 증인채택 등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일부 '핵심증인' 포함 여부를 놓고 여․야간의 입장차가 커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초 국조특위는 오는 10∼11일 이틀간 저축은행 부실․비리 진실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연 후 12일 활동을 종료,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다.

관련법상 청문회 개최 7일 전에 출석할 증인 및 참고인에게 '증인 선정' 여부를 고지해야 하기 때문에 국정조사 일정상 최종시한으로 볼 수 있는 4일까지 증인채택 합의가 이뤄져야 했지만 여.야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청문회 개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국민적 비난 여론을 감안해 국정조사 일정을 연장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지만 여․야간의 시각차가 워낙 커 최종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3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우제창 민주당 의원과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와 관련,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진표 원내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씨 부부를 제외한 40여명을 증인으로 채택키로 합의했다.

이날 여.야는 특히,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였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이영수 KMDC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이 심해 4일 재차 협상을 벌였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국조특위는 앞서 지난달 25일 부산저축은행 본점 현장방문과 부산지방국세청에 들러 문서검증을 실시한 데 이어 26일에는 보해저축은행 현장방문 후 광주지검에 들러 문서검증을 진행했다. 28일에는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의 문서 검증을, 29일에는 대검찰청의 문서 검증을 실시했다.

또 지난 2일 감사원과 총리실, 법무부, 경찰청, 국세청의 기관보고를 듣고, 3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의 기관보고를, 5일엔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기관보고를 청취했다.

그러나 정작 '증인채택' 결렬로 저축은행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번 국정조사 역시 성과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부실․비리사태 규명을 '특검'에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특검'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특검이든 뭐든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특검 여론에 힘을 실었다.

여․야권에서도 국정조사가 흐지부지된 상황에서 정ㆍ관계 로비의혹 규명을 위해서는 '특검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와 시민단체 등은 아직 국정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벌써부터 '특검'을 얘기하는 데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김진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는 "청문회가 끝내 무산된다고 해도 국조특위는 남은 기간까지 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책임 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실효성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특검은 국정조사에서 해소되지 않은 남은 문제를 밝히는 차선적 방안인데 정치권이 '증인채택'을 놓고 힘겨루기만 하다 이제는 특검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직무유기적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김 간사는 "지금의 행태를 보면 향후 특검을 한들 제대로 된 조사나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국정조사가 일주일 남았는데 국조특위에서 피해자 구제방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