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저는 더워도 땀 흘리면 안 돼?
땀 묻어도 '침수'로 판정..."품질개선 않고 애꿎은 사용자 탓" 원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유저들은 땀을 흘릴 때도 기기 눈치(?)를 봐야 하는 기막힌 운명에 처했다.
무상수리기간에 AS를 요청하더라도 스마트폰의 '침수라벨 변색'이 발견되면 휴대폰 제조사 측은 이를 소비자 과실로 여겨 유상수리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
문제는 기기를 물에 빠트리는 등 직접적인 수분에 노출하는 것이 아닌 데도 '침수'로 진단을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예를 들어 스마트폰 이용 시 인체에서 배출되는 땀이 휴대폰 내부로 유입돼 침수 판정을 받으면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휴대폰 제조사 측의 ‘염분기 띤 수분 성분’이라는 판정을 두고 소비자와 휴대폰 제조사간의 공방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여름철에 스마트 폰을 쓸려면 이어폰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냐"며 품질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조사 측은 “땀인지 바닷물인지, 아니면 기타 특수 상황때문인지 입증이 어려워 일단 무상수리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 소금기 띤 액체, '땀'은 고가의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수리비 폭탄을 떠안기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 개통 20일 만에 휴대폰 부식?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거주 한 모(여.33세)씨는 “어머니가 삼성전자 ‘갤럭시S2’를 이용하기 시작한지 20여일 만에 스마트폰이 고장났다”며 “고장원인과 그에 따른 수리비가 더 기가막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갑자기 스마트폰 전원이 켜지지 않아 AS센터를 찾았다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수리비 폭탄을 맞았던 것.
서비스센터 측은 “휴대폰이 염분기 있는 물에 노출돼 내부 회로가 부식됐다”며 “침수 흔적이 발견되면 소비자 과실로 인정돼 수리비 35만원이 청구된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한 씨는 “지난 20일간 어머니는 바닷가에 간 적도 없고 스마트폰을 물에 빠뜨린 적도 없다”며 “염분성분이라면 ‘땀’밖에 없는데 20일간 사람이 흘린 땀으로 휴대폰 내부회로가 부식된다면 소비자에게 과실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땀 정도는 견딜 수 있도록 품질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가 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땀인지 바닷물인지는 고객의 24시간을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객이 통화중에 비를 맞을 수도 있고, 물이 쏟아져 휴대폰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 역시 높아서 AS센터에서는 휴대폰 이용 과정이 아닌 휴대폰 분해 결과만을 보고 판정한다”고 답했다.
이어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방수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설사 땀 때문이더라도 무상수리는 불가능하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 SK텔레시스, 손에 땀 많은 사람은 더블유(W)폰 '사용금지'?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이 모(남.22세)씨도 비슷한 일로 SK텔레시스와 공방을 벌였다.
그는 지난 2월 SK텔레시스의 스마트폰 더블유(SK-S100)폰을 구입한지 5개월 후 전원이 스스로 꺼졌다가 켜지는 현상이 반복돼 AS센터를 찾았다.
AS센터 측은 ‘메인보드에서 침수의 흔적과 충격으로 인한 파손이 발견됐다’고 설명, 18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이 씨는 “그동안 기기를 쓰면서 물 근처에 가본 적도 없고 흠이라도 날까봐 유난히 조심히 다뤄왔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손에 난 땀이 충전 단자에 유입되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보면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담당기사의 설명에 이 씨는 “여름에 손에 땀 안 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시스 관계자는 ‘원인 모를 침수 현상’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없이 “흔적이 발견된 이상 유상 수리가 불가피하다”며 “이미 구매한지 5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제품 결함보다는 사용상 부주의로 인한 고장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 땀 흘리는 고객, 보상 사각지대에서 허우적 허우적
비슷한 일을 겪은 소비자 사이에서 "고가의 스마트폰인 만큼 땀 정도는 견딜 수 있도록 품질을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렇듯 통신기기 품질 등에 불만을 갖더라도 제조사 측 영업 방침에 따라야 할 뿐 품질 향상을 요청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
국내에서 기술표준을 관장하는 '기술표준원'은 안전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초점을 맞춰 기술표준을 제정하고 있어, 땀으로 인해 제품 손상이 가는 경우는 기술표준 제정 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전기용품이나 공산품 등의 품질기준은 안전과 관련해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품질 수준과 관련한 업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녹색소비자연맹 정영란 팀장은 “지금으로서는 땀으로 인한 고장이 '사용자 과실'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와 관련된 민원도 많이 접수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사 측이 소비자 과실을 입증한다면 무상수리 여부는 소비자가 임의로 주장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써는 무작정 유상수리를 주장하기보다 수리비 감액을 시도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조언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