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2009년까지 '300-300클럽' 가입한다

한국 '성장동력 견인' 현대-기아차<3>해외판매 확대 가속페달

2007-05-22     백상진 기자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금년 경영화두다. 각 지역별 특성에 맞고, 높은 상품성을 갖춘 다양한 신모델로 해외시장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2007년은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따른 투자 등이 집중되어 있다”며 “고객우선경영과 글로벌 경영 안정화를 새로운 목표로 삼아 도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브랜드나 감성품질 수준을 높여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자동차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양적 팽창을 넘어서 올해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확고히 다져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왜 글로벌 경영인가=세계 자동차 시장은 일본의 질주, 미국의 쇠락, 중국의 위협이라는 큰 변화 속에 소형·저가차 경쟁, 미·일 신연료차 개발, 신흥시장 투자확대 등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시장 환경 변화와 더불어 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 하락과 엔저는 현대·기아차의 채산성과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더군다나 현대차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 판매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경영은 선택 카드가 아니라 필수 카드인 셈이다.

중단기적으로 기존의 달러 중심의 결제통화를 유러화나 기타 통화로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로 현지생산 확대 등으로 환위험 최소화 및 현지밀착경영으로 판매를 확대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소형차의 판매를 촉진하고 SUV나 중대형 세단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종의 판매에 주력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해외시장 공략 어떻게=각 지역별 특성에 맞고, 높은 상품성을 갖춘 다양한 신모델을 해외 현지에 투입해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 현대차의 복안이다.

해외 생산 확대를 통해 환율변동 위험성을 줄이고,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등 안정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과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상반기중 해외시장에 베라크루즈, 준중형급 유럽형 5도어 모델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스타렉스 후속(TQ) 신차와 쌍트로 후속모델(PA)를 투입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메이드 인 유럽’인 ‘씨드’의 성공적 시장진입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해 12월 슬로바키아 현지공장에서 양산이 시작된 씨드의 성공여부는 향후 글로벌 경영의 기반 구축과 중장기 판매확대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콤팩트 SUV를 추가로 투입, 씨드와 함께 총 15만대를 유럽시장에 판매할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지역별 세부전략을 보면, 미국 시장에서는 싼타페, 쏘나타 등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의 판매확대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고유가로 확대되고 있는 엑센트, 엘란트라 등 소형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지난해 대비 21.7% 증가한 55만5000대를 판매하기로 했다.

유럽시장은 유럽전략형 준중형 5도어 모델의 성공적인 런칭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인 준중형급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유로 2008’ 공식 후원을 통해 33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시장에서는 준중형 5도어 모델과 투스카니 개조차 등 중국 젊은 층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금년 말까지 400개 딜러망과 200개 정비공장을 확보해 31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인도시장에서는 인도 고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쌍트로 후속모델을 하반기 투입하고 쏘나타 디젤, 뉴클릭 등 신차 출시도 병행하기로 했다. 딜러망도 지난해 185개에서 연말까지 250개로 확충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투싼, 싼타페 등 SUV와 쏘나타 등 중형 세단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하반기 유럽 전략형 준중형 해치백(FD)을 런칭한다.
    

    
◆300-300클럽으로=현대·기아차가 후발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국내 생산 300만대, 해외생산 300만대 등 300-300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해외기지 생산량이 국내공장 생산량과 비슷하거나 추월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총 생산량 857만대 중 47.8%에 달하는 410만대를 국외에서 생산했다. 혼다와 폭스바겐은 국외 생산량이 65%에 달한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아직까지 글로벌 업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해외생산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공장 증설을 통해 연말까지 연간 130만대 해외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기공식을 가진 체코공장이 완공되고, 중국공장 증설이 끝나는 2008년에는 190만대로 늘어날 확대된다.

기아차도 올해 말 중국 장쑤성 예청지역에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을 가동하면 내년부터 연간 43만대로 늘어나게 되고, 2009년 미국 조지아 공장이 가동되면 슬로바키아 공장을 포함해 연간 103만대로 확충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규모는 현대차 미국공장 연산 30만대(2006년), 기아차 미국공장 30만대(2009년), 현대차 중국공장 60만대(2008년), 기아차 중국공장 43만대(2007년), 현대차 인도공장 60만대(2007년), 현대차 체코공장 30만대(2008년),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30만대(2006년), 현대차 터키공장 60만대(2007년) 등 6개 거점 8개 기지에서 2009년 전체 자동차 생산목표 600만대중 50%에 육박하는 293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