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저축은행발 금융위기 본격화?

2011-08-11     임민희 기자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앞서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한 가운데 이르면 이달 말 '퇴출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혼란과 고객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착륙 지원과 자체정상화를 유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는 없을 것이란 방침을 밝혔지만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규모가 워낙 큰 탓에 부실저축은행이 얼마나 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주가급락과 환율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발 리스크' 악재까지 겹칠 경우 '금융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경영진단을 받은 85개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PF 부실대출 등에 따른 리스크 위험을 안고 있어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기준(경영개선계획 제출․평가 대상)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5% 미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저축은행을 포함해 상당수 저축은행들의 PF부실 규모가 워낙 커 정리해야할 저축은행이 10개가 될지, 30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라며 "금융당국이 '최소화' 방침을 밝혔지만 '저축은행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상호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방향'을 수립, 지난달 11일부터 85개 저축은행의 경영진단 작업을 벌여왔다.

이미 1차 경영진단(3주간)을 마무리 했고 추가 진단이 필요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2차 경영진단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말, 늦어도 9월 초순에는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9월 하순 경 BIS비율 5~3% 이상인 경우 최장 6개월 이내 정상화 기회를 부여하고 BIS비율 3~1% 이상인 경우 최장 1년 이내 정상화 기회 부여, BIS비율 1% 미만인 경우 경영평가위원회가 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을 평가해 경영개선명령 부과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영업정지된 부실저축은행 사례만 보더라도 자체 정상화가 어려운 저축은행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9월까지 추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던 금융위가 지난 5일 돌연 경은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 역시 이를 방증한다. 경은저축은행은 영업정지 후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지만 검사 결과 BIS기준 자기자본비율-2.83%에 부채가 자산을 141억원 초과해 자체 정상화가 힘들 것으로 결론났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는 3조3천억원에 육박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패키지 방식'을 통해 매각작업에 착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은행, 증권사 등이 자산실사를 벌인 결과 7개 저축은행의 순자산 부족액 합계는 3조3688억원에 달했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이중장부, 불법 대출, 차명 대출 등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 보고서를 제출했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 PF여신을 늘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7개 부실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자금으로 6조5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으나 숨겨진 부실이 드러나면서 7조∼9조원으로 늘어났다.

이를 볼 때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소요될 비용은 9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지난 3월 예금보험기금에 신설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계정'을 통해 최대 15조원까지 쓸 수 있지만 부실저축은행 수가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이 '저축은행 특별법'을 제정, 5000만원 이상 개인 예금주와 후순위채 투자자까지 피해를 보전해주기로 합의했다. 보상안에 따르면 개인 예금은 6천만원까지, 후순위채는 1천만원까지 원금 전액을 보전해주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차등 비율을 적용해 보상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거 부실금융기관 처리 때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시스템을 파괴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 선심성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저축은행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경우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