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롬세탁기 때문에 아기옷 세제로 헹궜어"
LG전자의 드럼세탁기를 이용 중이던 소비자가 액상세제가 제대로 유입되지 않는 바람에 세제찌꺼기가 남은 의류를 입어왔다며 제조사 측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세탁기 모델은 ‘트롬 6모션’으로 세탁 시 60°C 이상 고온에서 세탁을 할 경우 액상세제가 세탁단계가 아닌 헹굼 단계에서야 뒤늦게 흘러든다는 것.
아기의 옷 살균을 위해 특별히 '삶음 기능'이 있는 고급사양을 선택했다는 소비자는 "아이의 피부를 생각해 일부러 선택한 기능인데 오히려 세제가 더 많이 묻은 옷을 입혀왔다 생각하니 배신감까지 든다"며 억울해했다.
16일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거주 방 모(여.32세)씨는 1년 6개월 동안 사용해 온 ‘트롬 6모션(세탁용량 13kg)’세탁기가 일정 온도 이상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발견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 씨에 따르면 1년 전 아기 피부에 오톨도톨한 피부염이 생기면서 의사 추천에 따라 아기의 옷은 늘 60°C 이상의 '알뜰삶음 코스'를 이용해왔다고.
며칠전 세탁이 끝난 의류를 꺼내는 데 세제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혹시나 싶어 세제 투입구를 열어놓고 세탁이 끝날 때까지 직접 관찰한 방 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고온 살균을 위해 물 온도를 60°C로 맞추면, 액체 세제가 세탁조에 흘러들지 않고 남아 있다가 마지막 헹굼 단계에서 차오르는 물과 함께 세탁조 안으로 세제가 흘러들어 가는 것.
결국 세탁 단계에 액상세제는 통안에 그대로 남겨져 있다 헹굼단계에서야 섬유유연제와 함께 유입이 되는 바람에 의류에 세제가 고스란히 남은 채 세탁이 끝나버린 상황이었다.
방 씨는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기를 위해 삶은 세탁을 해 왔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그동안 아이의 여린 피부에 세제가 묻은 옷을 입혀왔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이 상한다”고 기막혀했다.
제조사인 LG전자 측으로 항의하자 “물온도 40°C에서는 액체세제가 투입되지만 삶음기능(60°C~65°C)에서는 수압이 약하면 세제가 안 들어갈 수 있다”며 “온도별로 프로그램이 다르게 설정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액상세제 투입구에 물을 부어가며 써야 한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방 씨는 “160만원 가까운 돈을 주고 구입한 세탁기를 일일이 물을 부어가며 써야 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세탁기 프로그램 자체 오류니 정상적인 제품으로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만약 40°C 이상에서 액체세제가 투입되지 않는다면 사용설명서에 명시를 하거나 삶은 기능 사용 시 온도가 고정되도록 조치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문제가 있었던 제품은 회수해 정밀분석할 예정”이라며 교환 처리를 약속했다.
이어 “다수 제품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면 다른 고객에게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것”이라며 “일단 처음 발견된 사례고 제품 자체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세제통 뚜껑을 열고 세탁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기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드럼세탁기의 삶은 기능을 이용 중인 소비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