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언더필 크랙'이 뭐야..무조건 소비자 잘못?

'침수라벨'처럼 사용자 과실로 몰아..."고치고 싶으면 17만원 내놔"

2011-08-18     박윤아 기자

무상수리기간임에도 유상수리를 결정짓는 침수라벨처럼, 흔적이 남게 되면 소비자과실의 증거(?)가 되는 반갑지 않은 장치가 있다?

 

휴대폰 메인보드와 관련해, 제조사 측이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언더필 크랙' 유무로 유상수리와 무상수리를 나누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언더필'은 메인보드에 포함된 반도체 소자들을 고정시켜줌과 동시에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

 

침수라벨이 변색될 경우 소비자과실로 무조건 유상수리로 진행되는 것처럼 '언더필 크랙' 역시 사용자의 과실로 판단, 유상수리로 직결된다. 

특히, 언더필이 핵심 부품인 메인보드를 감싸고있다는 점에서 AS요청 시점에 언더필 크랙이 발견됐다면 수리비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 

 

▲ SK텔레시스, 리액션 폰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중인 정 모(남.31세)씨는 어머니가 지난해 11월부터 사용 중인 66만원 상당의 SK텔레시스 리액션 스마트폰이 갑작스레 부팅이 되지 않자 어머니를 대신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무상수리기간이였던 터라 무상으로 AS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정 씨는 직원으로부터 “메인보드 손상으로 수리비 17만1천원이 청구됐다”는 안내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수리비용 청구 이유를 묻자 "메인보드에서 크랙이 발견됐으며 이는 소비자의 과실로 인한 고장이라 무상수리가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정 씨는 “사용하면서 떨어뜨린 적 한 번 없고, 휴대폰 케이스를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작은 흠집조차 없을 정도”라며 “외관상으로 무리가 가지 않는 충격에도 메인보드에 이상이 갔다면 상식적으로 제품하자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꼭 메인보드뿐만 아니더라도 유심칩을 꽂으면 부팅이 안되고 유심칩을 빼면 부팅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도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시스 관계자는 “해당 휴대폰의 실사용인은 정 씨의 어머니이며 정 씨가 대리로 이의제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 히스토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지며 정황을 참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메인보드에 포함된 반도체 소자들을 고정시켜 주는 장치인 '언더필'. 


이어 “기기를 떨어뜨리지 않더라도 무거운 물체에 의해 기기가 압박을 받았을 때도 메인보드 손상 위험이 있다”며  “메인보드에는 여러 반도체 칩이 있으며 그 반도체 칩을 고정시켜주는 ‘언더필’이 도포돼있는데 그 언더필에 크랙이 발생한 경우 외부 충격이 있었다고 판정한다”고 덧붙였다.

 

외부의 충격에 의해 ‘언더필’의 크랙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무상수리로 구분하기에 앞서 언더필의 크랙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는 것이다.

 

특히, '언더필'이 도포된 메인보드에는 PCB나 LED같은 핵심 부품이 위치해 관련성이 깊기때문에 높은 수리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씨의 경우는 PCB 부품비용만 15만7천원이라  이와 관련해 핵심부품 손상시 소비자들은 15만원을 웃도는 수리비를 물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SK텔레시스 관계자는 그러나 어느정도 충격에 ‘언더필’에 크랙이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