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으로 덜컥 계약하면 이런 봉변~"

계약서와 다른 구두상 설명 믿었다가 낭패...14일 넘기면 철회 어려워

2011-08-19     김솔미 기자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권유판매업자들의 감언이설에 혹해 제품 구입 및 서비스에 가입했다 낭패를 입은 소비자들의 피해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전화권유판매로 인한 피해 유형은 노인이나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과장·허위 광고로 재화를 판매한 뒤, 자취를 감추는 일명 ‘먹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기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업체가 온갖 할인혜택을 명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 뒤 계약 당시의 설명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약철회 기간이 지났다'는 갖은 구실로 환불을 거부하는 유형으로 진화했다.

전화권유판매자들의 설명만 철석같이 믿고 있던 소비자들은 뒤늦게 서비스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지만 청약철회 기간인 14일이 지나버린 후라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소비자들은 전화권유판매를 통해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경우, 구두 상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고 계약서는 물론 계약 조건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 파격적인 통화요금 할인에 혹해 140만원 입금

19일 경기도 연천군에 사는 성 모(남.28세)씨에 따르면 그는 작년 1월 한 업체로부터 통화요금 할인혜택을 제공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단 70만원만 먼저 입금하면 자신이 사용한 휴대폰 요금의 할인 외에도 무료통화 1천분, 가족 통화요금 60%할인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상담원의 설명이었다. 성 씨는 선입금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마음에 걸렸으나 업체 측이 제시한 파격적인 할인혜택에 혹해 계약서도 없이 가입을 하고 말았다고.

그로부터 1년 뒤, 성 씨는 업체 측으로부터 온 안내전화를 통해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자신이 가족할인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사실과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70만원을 추가로 입금해야 한다는 것.

영문을 알 수 없었었지만 추가로 지불하게 될 금액으로 통화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담원의 설득에 못 이겨 다시 한 번 70만원을 입금하게 됐다는 성 씨. 이렇게 총 140만원을 입금하고 나서야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성 씨는 업체 측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성 씨는 “가족들과 연락을 자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인혜택을 받고 있는지 확인도 하지 못했다”며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두 번씩이나 큰 금액을 입금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계약서도 없이 전화로 복잡한 계약조건을 설명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도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당시 확인차 성 씨의 가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연락했었지만 당사자들이 거부한 것”이라며 “성 씨가 입금한 140만원 상당의 금액으로 통화요금 감면을 받는 것이므로 손해 볼 것 없는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당시 요금에 대해 분명히 설명을 했고 계약서도 보냈다. 계약한지 1년이 넘은 이제 와 환불을 요청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성 씨는 “계약서는 받은 적도 없고, 문서 한 장이 오긴 했으나 계약조건이나 가격에 대해서는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공짜 네비게이션 설치 잘못 믿으면 이런 봉변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사는 김 모(남.46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월, A정보통신이라는 업체로부터 네비게이션을 무료로 설치해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마침 네비게이션이 고장 나 새 제품을 구입할 계획이었던 김 씨는 반가운 마음에 업체 측의 설명을 계속 듣게 됐다고.

김 씨에 따르면 상담원의 제안한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설치비 명목으로 360만원만 지불하면 2년 무상 AS는 물론, 3년 동안 직계가족의 통신요금을 매달 10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는 것.

당장 거액을 입금해야한다는 말에 망설이던 김 씨는 카드론 대출을 받을 경우 9.5%의 추가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상담원의 말에 결국 계약을 결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달, 통신요금 청구서를 확인해본 김 씨는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 측이 약속한 할인혜택이 지켜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

뒤늦게 “통신료 할인혜택은 기존의 정액요금 이상 사용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받을 수 있다”며 “이는 계약 당시 이미 공지된 부분”이라는 업체 측의 설명을 들은 김 씨는 기가 막혔다.

그는 “매달 10만원씩 3년 간 할인혜택을 받으면 얼핏 계산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에 거액의 설치비를 냈던 것”이라며 “하지만 평소 가족들 모두 정액요금 이상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용지물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계약서에는 AS기간, 설치비 등 대략적인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업체 측의 입장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작년 12월경에는 네비게이션 무료 설치 및 주유권 지급을 미끼로 200여 명의 운전자들에게 접근해 수억원대의 금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 전화권유판매로 구입 시 14일 이내 청약철회 가능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의 방법으로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서를 교부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단, 재화 등의 내용이 표시·광고의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당해 재화 등을 공급 받은 날부터 3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 할 수 있다.

또 재화 등의 훼손에 대하여 ►소비자의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 ►계약이 체결된 사실 및 그 시기 ►재화 등의 공급사실 및 그 시기 또는 계약서의 교부사실 및 그 시기 등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방문판매자 등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해 소비자정책국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판매자가 사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계약서 등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청약철회 기간을 14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한 거래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