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고가 브랜드 AS정책이 발등 찍네"
'자사 규정' 빌미로 수리중단·거부 사례 빈번...관련 규정 없어
소비자들이 고가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AS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의 기대와 달리, 일부 고가 브랜드및 명품업체들이 운영하는 AS정책에서 연이어 구멍이 발견되고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유명브랜드업체의 운동화는 “원래 AS가 안되는 제품”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기 일쑤고,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카메라 제조업체는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에 대해 차별대우로 '누구를 위한 AS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제8조제2항에 따르면 품질보증기간 이내인 경우 수리가 불가하면 같은 물품으로 교환하되 교환이 불가능한 경우는 환급하고, 품질보증기간이 지난 경우 구입가를 기준으로 정액 감가상각한 금액에 100분의 10을 더하여 환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품질보증기간이 경과된 제품의 경우, 소비자의 유상수리를 업체의 사정에 의해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제할만한 규정이 없어 AS정책에 따른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돈을 줘도 AS받을 수 없는 나이키, 기막혀~"
24일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 모(남.29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 24일 나이키의 ‘듀얼 퓨전 런’ 러닝화를 세탁한 후 기막힌 광경을 목격했다.
손세탁해 드럼세탁기에서 20분간 건조 후 꺼낸 신발 중 한 짝의 겉창이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나이키 매장으로 AS를 접수했다.
무상보증기간 6개월이 지난 상태라 유상수리를 의뢰하자 매장 측은 “구입 시 상품 태그 유의사항에 수선이 불가능한 제품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AS가 안 될 것 같다”며 “일단 접수는 시켜두겠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나이키 고객상담실로 문의하자 “세탁기 열기에 의한 고무 겉창의 변형으로 접착한다 하더라도 신발 사이즈에 맞지 않아 정상적 수선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김 씨는 “돈을 주고도 수리를 받지 못하는 브랜드가 어떻게 최고의 브랜드인 건지 모르겠다”며 “제조사가 수리를 거부하는 운동화를 대체 어디서 고쳐야 한단 말이냐”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나이키 본사 관계자는 별다른 해명이나 반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 외국서 구입한 니콘카메라, 보증서 없으면 수리 불가?
니콘의 한국법인 니콘이미징코리아가 '회상 정책'을 이유로 자사 제품의 수리를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정 모(남. 33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8년 8월 미국에서 약 40만원을 지불하고 니콘 s5100 모델을 구입했고 지난해 입국하면서 챙겨왔다고.
올해 6월 렌즈부분 고장으로 니콘카메라의 서비스센터를 찾았고 직원은 구매 당시 영수증과 보증서를 요구했다. 이미 구매한 지 3년이나 지나 찾을 길이 없었던 정 씨는 "니콘카메라가 확실하니 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1년간의 무상 보증 기간이 지났고 영수증과 보증서가 없으면 수리해줄 수 없다. 수리를 원하면 외부 업체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씨는 “명색이 전세계에서 카메라를 판매한다는 글로벌 기업이 AS는 제품 구매 지역에서만 받으라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이에 대해 니콘이미징카메라 관계자는 “정당하게 세관을 거치지 않고 국내로 들어오는 카메라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다”면서 “해외 구매 제품은 영수증과 보증서를 구비해야 수리해준다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회사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니콘의 경쟁사인 캐논카메라에서는 똑같은 케이스에 보증서 없이도 20~30%의 수리비를 더 받는 조건으로 수리해주고 있어 니콘의 무책임한 정책과 대비되고 있다.
◆ 유명 가방 AS규정 멋대로 변경해 수리비 3배 폭탄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에 사는 장 모(여.23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에서 프랑스 핸드백 브랜드인 롱샴 라지 숄더백을 17만원에 구입했다.
구입 당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지만 천 소재라 쉽게 닳을 것 같아 걱정스러워하는 장 씨에게 "이상이 있을 경우 AS가 가능하다"는 매장 직원의 말을 믿은 것이 화근이 됐다.
사용한지 일 년도 안된 6월 경, 가방의 양쪽 모서리가 헐거워지고 뜯어져 구입한 매장에 수선을 의뢰했다. 하지만 당연히 수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장 씨의 기대와 달리 매장 직원은 '규정 변경'으로 수선이 불가능 하니 백화점 수선 집에 맡겨야 한다고 안내했다.
더욱이 롱샴 매장을 통해 수선을 맡길 경우 7천원이던 수리비가 사설 수리점에 맡기면 2만원으로 3배가량 비싸진다.
장 씨는 "구매자들에게 어떤 정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AS 정책을 변경해버리다니 기가 막힌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롱샴 코리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외 롱샴 매장에서는 가방 모서리 쪽 수선을 해주지 않았지만 한국만 예외적으로 대행업체를 통해 수선을 해준 것”이라며 “지퍼나 핸들, 덮개 같은 부자재 부분은 100%수선을 해주고 있지만 프랑스 본사에서 디자인 변경이 생길 수 있는 모서리 쪽 수선을 하지 말라고 계속적으로 지침이 내려와 1월부터 AS규정이 변경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