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렇게 곰팡이 슨 식품 판매 허용?"

유통기한 '소비기한'으로 대체 방침에 소비자·소비자단체 반발

2011-08-22     김솔미 기자

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소비자단체 및 소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소비기한이란 소비자가 먹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소비최종시한’을 의미, 식품이 시중에서 판매될 수 있는 기한을 뜻하는 유통기한보다 통상 길다. 소비가 가능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반품되는 비용을 줄여 식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것.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식품에서도 곰팡이가 발생하거나 내용물이 부패하는 경우가 허다한 데 판매가능 기한이 길어지면 식품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 소비자·소비자단체 의견 분분…식품 안전이 최우선

지난 18일 정부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현행 유통기한 표시제 대신 소비기한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간 약 6천500억 원에 달하는 식품 반품 비용을 줄일 경우 제품 가격을 낮춰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상에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격 인하는 커녕 식품 안전성을 위협하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특히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는 데도 식품이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한 마당에 소비기한 제도의 시행은 식품이 썩기 직전까지 판매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하겠다는 것은 물가와 상관없이 기업들 배만 더 채우고 소비자 권리를 축소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부패가 눈에 보이기 직전까지 판매하란 얘기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유통기한이 지나기도 전에 유제품 및 빵 등이 변질돼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관계자는 “판매업체 측은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으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식품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고, 아직 세부적인 지침은 나오지 않았다”며 섣부른 판단을 꺼리면서도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유통기한 5일 남은 우유에 '순두부' 둥~둥?



22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사는 구 모(남.35세)씨는 최근 집 근처의 마트에서 우유(200ml)를 600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다음날, 별 생각 없이 우유에 빨대를 꽂아 아이에게 넘겨줬던 그는 깜짝 놀랐다. 아이가 난데없이 구토를 하며 먹던 우유를 뱉어버린 것.

우유팩 안을 들여다 본 뒤에야 내용물이 상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구 씨. 순두부처럼 응고된 우유가 팩 안에 가득 들어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 씨는 “구입 후 바로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날 먹었다”며 “유통기한이 아직 5일이나 남았는데 이처럼 심하게 부패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는 “유통과정에서 충격에 의해 작은 틈이 생겨 공기가 투입됐다면 유통기한보다 빨리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어느 시점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여름철에 간혹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같이 판매된 제품은 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제조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설명하고, 피해 입은 부분에 대해 보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 여름철 식품, 유통기한 조차 믿을 수 없어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사는 이 모(여.24세)씨는 며칠 전 유명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4천원 상당의 마들렌 한 묶음을 구입했다.

유통기한이 사흘가량 남은 제품이라 집안에 두고 천천히 먹으려고 했던 이 씨. 하지만 유통기한 하루 전에 빵을 집어 든 이 씨는 깜짝 놀랐다. 빵이 이미 변질돼 곳곳에 푸른색 곰팡이가 생겨버린 것이다.

속이 상한 이 씨는 업체 측에 항의해 다른 제품으로 보상받을 수 있었으나 유명 제조사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이 씨는 “아무리 여름철이라고 해도 집 안의 식탁에 올려놨을 뿐인데 유통기한이 지나지도 않은 제품이 변질될 수도 있는 것이냐”며 “유통기한 설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일단 소비자에게는 찾아가 충분히 사과하고, 다른 제품으로 보상했다”며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보관 장소에 따라, 여러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혹은 개봉 여부에 따라 변질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질된 제품의 보관상태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집안의 온도가 매장 내의 온도처럼 일정하게 유지되고 선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