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정철길 사장 부진한 실적에도 느긋, '믿는 구석 있다'?

2011-08-22     김현준 기자

SK C&C가 다소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정철길 사장은 느긋한 표정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구글 월렛'을 통해 북미시장에서 예상보다 더욱 큰 규모의 수익이 이른 시일 내에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SK C&C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으로 3천817억원의 매출과 3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지난 18일 잠정 공시했다. 지난 분기에 비해서는 각각 15.7%, 24.4%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8%, 2.2%로 제자리걸음이다.

SK C&C 측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주전략과 운영혁신 등 사업수행의 지속적 개선,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한 비즈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 효과가 반영됐다"라고 밝혔지만 이번 실적은 사실상 시장 전망치를 밑돈 성적이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SK C&C의 2분기 실적 예상치로 매출 4천200억원, 영업이익 410억원 내외를 제시했다.

예상보다 다소 부진한 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은 느긋한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있었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배경으로 꼽고 있다. '구글 월렛' 서비스가 북미시장의 강자인 모토로라를 통해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자리잡게 되면 구글과 모바일 결제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은 SK C&C가 더욱 큰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구글 월렛'(Google Wallet)은 근거리 무선 통신 시스템(NFC)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직접 결제를 할 수 있게 만든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서비스. 매장에 설치된 모바일 결제용 단말기에 '구글 월렛'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대면 상품 결제를 할 수 있다.

지난 6월 SK C&C는 40%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북미 1위 전자상거래 사업자인 FDC와 공동으로 '구글 월렛' 상용화에 필요한 신뢰서비스관리(TSM) 솔루션을 공급했다. SK C&C는 TSM 솔루션을 제공하고, FDC는 금융기관과 유통 채널에 대한 마케팅 및 서비스 운영을 맡는 형태로 양사는 향후 5년간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0년 28억달러 규모였던 북미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5년 675억 달러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며, 2014년께는 3억대 이상의 NFC 탑재 스마트폰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FDC의 현재 점유율 40%를 감안하고 SK C&C의 수수료율을 1%로 가정하면 2015년에 예상되는 로열티 매출만 3천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 스마트폰에 NFC 기능을 탑재 '구글 월렛'을 기본 제공하게 된다면 2013~4년으로 예상했던 관련 수익창출 시기가 빨라지고 그 규모 또한 또한 늘어날 수 있는 것.

지난해 말 취임한 정 사장에게는 중장기 실적을 개선할 최상의 호재다.

정 사장은 지난 4월 창사 20주년을 기념해 2020년 매출액 6조원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는 연평균 15%의 성장을 계속해야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저마진의 국내 SI 시장에 안주해서는 불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모토로라와 연계된 '구글 월렛' 서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함께 SK C&C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차세대 먹거리"라며 "사업체질 개선과 함께 목표했던 매출액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정철길 사장이 연이은 호재를 잡고 SK C&C를 글로벌 모바일커머스 시장으로 비상시킬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