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사이트 등록 구직자들에 교묘한 학원 영업

2011-08-25     박윤아 기자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아가며 생활하던 중 무조건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학원이 있어 어렵사리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취업은커녕 고가의 학원비와 시간만 버린 꼴이 됐습니다.”

 

구직난으로 시름이 깊던 부산 남구 용호동 거주 최 모(여.27세)씨의 말이다.

 

문제의 학원은 취업정보사이트에 기업회원으로 등록한 후, 공개된 이력서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학원 수강을 권유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양산했다.

 

25일 최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 말 한 취업정보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등록했고 며칠 후 카지노 딜러 양성 학원으로부터 “이력서를 보니 카지노 딜러로 취업할 확률이 높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최 씨가 학원 등록을 망설이자 담당자는 “유명 카지노업체로부터 15명의 구인 요청을 받았고 지금 14명이 등록해 나머지 한명이 남은 상태”라며 “카지노 업체 인사팀과 연계돼 7월말이면 15명이 또 취업될 예정”이라도 자신했다.

 

이 같은 설득에 최 씨는 160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학원 등록을 결정, 주5일 하루에 4시간씩 3개월간 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약속 기한에서 한 달이 지난 8월까지 취업은 커녕 응시원서 한번 낼 기회조차 없었다.

 

최 씨는 “한 달 월급에 맞먹는 3개월치 수강료 160만원을 6개월 할부로 이자까지 물며 내고 있다”며 “돈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할 시간까지 잃게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학원 수강생들 중 몇몇 역시 나처럼 취업을 약속받았다는 사람이 있었다. 안 그래도 힘든 구직자들에게 이 무슨 사기행각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학원 관계자는 “학원 등록증에 ‘본원은 카지노에 관련하여 취업알선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굵은 글씨로 명시하고 동의를 표하는 수강생의 사인을 받고 있어 분쟁 소지가 없다”며 “취업알선은 하지도 않을뿐더러 카지노 업체 측 인사팀과 연계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만약 담당자가 취업을 약속하는 녹취록 등이 발견되는 등 민원인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담당자가 환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학원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취업정보사이트 관계자는 “고객센터로 신고가 들어온 문제의 기업회원에 대한 사실 확인 후, 회원 강제탈퇴 및 글 게시 및 이력서 검색을 제한해 차단기업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종합법률사무소 ‘서로’ 김범한 변호사는 “구인구직 제휴를 맺지 않은 업체명을 인용해 구직인원수까지 언급, 학원등록으로까지 이어졌다면 사기로 볼 수 있다”며 “민법 '사용자의 배상책임'에 따라 피고용인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담당자가 취업을 약속하던 당시의 녹취록이나 증인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 씨는 담당자의 녹취록 등 증거자료가 불충분한 상황이라 환불 요구에 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