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월이 반기라고? 대웅제약의 이상한 재무제표 구설수
제약업계 4위 대웅제약의 재무제표 공시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표기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작년 결산일을 3월말에서 12월말로 바꾸면서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작년 4~6월까지 달랑 3개월을 '반기'로 표기한 것. 더우기 이를 2개의 분기를 합한 '누적'으로까지 표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일반적으로 '반기'는 6개월을 뜻하고 '누적'은 2개의 분기를 더한 의미다.
원래 3월말 결산을 하던 대웅제약은 지난해부터 12월말 결산으로 변경했다. 그에 따라 2010회계연도가 4~12월까지로 설정됐는데, 올해 반기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지난해 4~6월 결산분을 ‘제 9기 반기’로 표기했다.
이 때문에 “잘못된 표기로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했다”는 비판과 함께 금융감독원의 ‘편의 위주 행정’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댕웅제약이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올린 ‘Ⅺ. 재무제표 등’ 항목의 포괄손익계산서에는 ‘제 9기 반기 2010.04.01부터 2010.06.30’으로 표기돼 있다. 또 포괄손익계산서 표의 ‘제 9기 반기’ 이하 ‘3개월’과 ‘누적’ 항목도 모두 지난해 4~6월 결산금액을 표기했다.
▲대웅제약 포괄손익계산서. 지난해 4~6월분을 '제 9기 반기'로 표기했다.
이는 일반적인 재무제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보통 ‘반기’라고 하면 회계연도의 절반, 즉 6개월을 가리킨다. 또 반기보고서 포괄손익계산서에서 ‘3개월’은 4~6월(2분기) 결산분을, ‘누적’은 1~6월 누적분을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상식에 근거해서 대웅제약 재무제표를 봤다간 착각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보통의 포괄손익계산서를 보듯이 ‘제 10기 반기’의 ‘누적’ 항목과 ‘제 9기 반기’의 ‘누적’ 항목을 단순비교하면 마치 대웅제약 상반기 영업이익(404억원)이 전년동기보다 크게 증가하고, 반기순이익은 흑자전환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 대웅제약의 상반기 영업이익(404억원)과 반기순이익(312억원)은 모두 전년동기(영업이익 466억원, 반기순이익 521억원)보다 각각 13.3% 및 40.1%씩 감소했다.
이성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재무제표에 반기와 누적을 이처럼 4~6월 결산으로 표기해놓으면 투자자들이 헷갈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측은 “결산일 변경에 의한 일시적인 혼란”이라고 해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과 비교하기 위해 지난해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데, 3월말 결산을 12월말로 변경하다보니 지난해 1~3월분은 재작년 실적으로 계상되어 지난해 실적에서 빠지게 됐다. 그래서 4~6월분을 ‘반기’와 ‘누적’으로 표기했다. 이에 관한 설명은 재무제표에 달아놨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웅제약 재무제표에는 “회사는 전기에 결산일을 3월 31일에서 12월 31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첨부된 회사의 분기재무제표에는 전분기의 포괄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및 현금흐름표를 비교표시하지 않았습니다”라고만 되어있을 뿐, 왜 3개월 결산을 ‘반기’와 ‘누적’으로 표기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재무회계에 밝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혼란의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 윤 모(남.41세)씨는 “내용이 헷갈려서 무슨 뜻인지 한참 고민했다. 특히 중요한 전년도 1~3월 실적이 빠져서 제대로 된 실적 비교도 할 수 없었다”며 불만스러워했다.
또 공인회계사도 “3개월 결산을 반기로 표기하는 것은 틀린 표기다. ‘분기’나 ‘중간 결산’으로 표기해야 맞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결산일 변경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조치로 생각된다. 외부 감사도 다 받고 있으며, 재무제표에 다 설명해놓았으니 문제없다고 여겨진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대웅제약 측은 ‘잘못된 표기’라고 인정했다. 동아제약 기업공시(IR) 담당자는 “3개월분을 반기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재무제표는 XBR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서식대로 출력돼 ‘제 10기 반기’와 비교되는 실적으로 자동적으로 ‘제 9기 반기’가 설정되는데, 1~3월분은 2010회계연도에 포함이 안 되기 때문에 4~6월분만 표기됐다.미리 정해진 서식대로 표기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잘못된 표기가 버젓이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오는데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공시시스템의 기업보고서는 기업이 공시하는 보고서를 그대로 올린다. 우리는 단지 서버만 제공할 뿐”이라고 히명했다.
개인투자자 윤씨는 “기업보고서를 아무 검토 없이 공시할 거면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존재이유가 무엇이냐? 잘못된 정보가 표기돼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만약 전자공시시스템의 기업보고서에 잘못된 정보가 발견될 경우 우리가 확인하고 조치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재무제표. 외부감사로 검토를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대웅제약 재무제표에는 이외 또 다른 석연치 않은 점은 있다. 상반기 보고서의 재무제표 위쪽에 “직전사업연도(제9기)는 외부감사로부터 검토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입니다”로 표기돼 있다.. 모든 공시 자료는 외부감사를 받게 되어있는데,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Ⅳ. 감사인의 감사의견 등’ 항목을 보면, 제 9기에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았음이 기록돼 있다. 대웅제약은 안진회계법인의 제 8기(858시간) 및 제 9기(734시간) 감사 보수로 7천370만원을 지불했다. 또 403시간이 소요된 제 10기 반기보고서의 감사 보수로는 9천20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공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K-IFRS)이 도입되면서 생긴 혼란”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재무제표는 확실히 감사를 받았다. 그런데 K-IFRS 도입으로 기준이 바뀌면서 지난해 보고서의 수치와 올해 보고서의 수치도 달라지게 됐다. 물론 우리가 따로 외부 감사기관에 컨펌을 받긴 했지만, 현재 보고서의 지난해 재무사항 표기는 법적인 기준에 의한 정식 감사를 받지는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의 이상한 공시와 금감원의 편의 행정이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