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을 찾아...팔도 '주전부리' 기행
지난 밤, 여름내 덮었던 홑이불로 온몸을 칭칭 싸매느라 분주했던 걸 보면 어느새 가을인가 보다. 천고마비의 계절. 말도 살이 찐다는데 하물며 인간은 오죽할까. 화끈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먹고 싶은 것 꾹 참아야 했던 설움도 보상할 겸, 다이어트 걱정일랑 잠시 제쳐 두고 추억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인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신포닭강정. 사실 닭강정은 양념치킨과 많이 닮았다. 아니, 겉모습만으로는 구분이 힘들 정도. 하지만 맛을 보면 두 음식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닭강정은 양념소스에 버무렸음에도 후라이드치킨만큼 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양념치킨과는 확연히 다르다. 비결은 바로 물엿 소스. 1년의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매콤한 소스와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신포닭강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푸짐한 양이다. 대자가 됐든 중자가 됐든 주문을 하면 큰 접시 위에 닭강정이 탑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다. 큼직큼직한 조각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를 정도. 대자 하나면 장정 넷이 넉넉히 먹을 만하다.
먹고싶지만 길 찾기가 걱정된다면?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 있는 신포시장을 찾으면 된다.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걸어도 15분이면 닿는다고 하니 수도권 주민이라면 도전해볼만 하다. 그래도 못 찾겠다면 길가는 사람 붙잡고 ‘닭강정’의 ‘닭’자만 꺼내도 길을 찾아 준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이제 소풍처럼 가볍게 나들이도 즐기고 맛 좋고 푸짐한 순댓국도 맛볼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천안 병천. 물론 이곳에서 호두과자를 빼놓을 순 없겠다.
수많은 주전부리와 맛 골목이 있지만 반드시 먹어봐야 할 주전부리를 손꼽으라면 순대를 들 수 있다. 휴일마다 줄을 서서 먹는 천안의 순대는 별미 중의 별미다. 잘 손질한 소창에 배추, 양배추, 당면 등을 정성껏 넣어 만든 야채순대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으로 수십 년 전부터 아우내 장터를 찾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가 됐다.
호두과자의 원조는 물론 우리나라다. 틀에 밀가루 반죽과 호두·팥 앙금을 넣어서 구운 빵의 일종인 호두과자는 남녀노소 좋아하는 주전부리. 광덕사 입구에 호두나무 전래비가 건립돼 있어 천안의 명물 호두 원산지임을 알려주는데, 광덕면 일대에는 무려 25만8천여그루의 호두나무가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경주에 가서 반드시 들러야할 곳은 누가 뭐래도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것은? 70년 뚝심과 정직으로 구워 낸 황남빵의 부드러움과 구수함의 인기는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다. 황남빵은 인공감미료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고, 찌거나 삶지도 않으며, 오로지 구워내기 때문에 팥 고유의 향이 살아 있다.
황남빵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주의 또 다른 먹을거리가 있으니 바로 찰보리빵. 황남빵이 차진 느낌과 부드러운 팥과의 조화로 달달한 맛을 준다고 하면 찰보리빵은 핫케이크처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신라천년의 역사와 전통,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경주 여행에 추억을 배가시키는 간식거리가 있어 눈과 입이 즐겁다.(자료참조-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