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수사에 전.현직 거물 긴장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수사가 수개월째 답보상태에 처한 가운데 최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태규(71)씨가 자진 귀국해 검찰수사에 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에 전․현직 금융당국 고위급 임원과 감사원, 청와대 비서실 인사까지 광범위하게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박 씨의 등장으로 정․관계 로비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30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로 활약했던 박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KTB자산운용(유상증자)을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이 부산저축은행에 각각 500억원을 출자하도록 알선하고 그 대가로 김양(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지난 4월 저축은행 수사가 시작되자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지난 28일 자진 귀국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박 씨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에게서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20억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보고 로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씨의 입에 따라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전직 금융감독기관장과 일부 호남권 인사들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또한 그간 숨겨져 있던 전․현직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박 씨는 현 정부와 인연이 깊은 소망교회 출신으로 여권 거물급 인사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줄 곧 제기돼 왔다.
이런 이유로 여․야 정치권은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정치권은 저축은행 부실․비리 규명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를 진행했으나 '증인채택' 문제로 정쟁만 일삼다가 결국 파행에 이르게 했다. 저축은행 예금피해자 구제대책도 흐지부지돼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관계 로비 배후 규명에 얼마만큼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6월 21일 부산저축은행 부당특혜인출 수사와 관련,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산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23일 동안 1조1천410억원이 인출돼 이 중 85억2천200만원이 불법 특혜인출로 드러나 예금보험공사에 환수토록 했고 부산지역의 고액예금주들이 특혜 인출을 했을 뿐 정․관계 유력인사는 없었고 대주주 차명예금 불법인출 부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수사결과에 의혹이 제기됐었다.
금융계는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저축은행 비리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