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덫에 걸려 길거리로 내몰린 일가족 기구한 사연

2011-08-31     서성훈 기자

최근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사채나 고리대금으로 몰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다급한 상황을 이용해 법적인 한도를 넘어 무리한 이자를 받고 연체될 경우 즉시 담보물을 처분해 삶의 터전마저 황폐화시키는 사례까지 비일비재하다.


사채를 썼다가 몇 달간 이자를 못내 거리에 나앉게 된 가족의 사연이 제보돼 불법 사채에 대한 좀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31일 민원을 제기한 인천시 거주 신 모씨. 그는 집을 담보로 2009년 6월 사채업자로부터 1억5천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2천만원이 선이자 및 수수료가 대출원금에 합산됐다. 신 씨는 실제로는 1억5천만원을 빌렸지만 서류 상 1억7천만원을 빌린 꼴이 됐다.


신 씨와 사채업자는 원금상환 기간을 3개월로 설정했다. 하지만 신 씨는 원금까지 갚을 상황이 못 돼 이자만 10달 동안 갚아나갔다고 한다. 원금 1억7천만원에 대해 월2.5%, 연30% 이율로 한달에 425만원을 갚았다고.


당시 이 사채업자는 대부업에 등록하지 않은 개인 사업자였다고 한다. 따라서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아 연30% 이내의 이율로 이자를 받아야 합법이다. 대부업에 등록되어 있을 경우엔 연이율이 44%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사채업자는 연30%이하의 이율로 이자를 받았으므로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은 것일까?


종합법률사무소 ‘서로’의 김범한 변호사는 “신 씨가 실질적으로 빌린 돈은 1억5천만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원금 1억5천만원에 법정최고이율인 연30%를 적용하면 이자는 연 4천500만원, 월 375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사채업자가 월 425만원의 이자를 요구했으므로 이자제한법에 위반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정이 급했던 신 씨는 불법 대출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하지 못했다. 신 씨는 상황이 어려워져 이자를 연체하게 됐고 이 때문에 말도 못할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신 씨는 10달간 이자를 갚아오다가 지난해 5월부터 이자를 갚지 못했다. 그러자 올해 6월 담보로 잡혀 있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다.


돈을 갚겠다는 생각에 급매물로 6억5천만원에 내놓은 집이었다고 한다. 7억은 넘게 받을 수 있는 집이었지만 신 씨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집을 급매해 빚을 갚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채업자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신 씨의 집을 경매에 부쳐 5억4천만원에 팔아버린 것. 신 씨는 조금만 기다려줄 것을 부탁했지만 믿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신 씨와 가족들은 두 눈 멀쩡히 뜨고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1억원 넘게 손해를 보며 팔려나가는 모습을 봐야했다.


신 씨와 가족들은 결국 자신들의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 지인의 도움으로 지낼 곳을 구하기는 했지만 신 씨 가족들의 가슴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갔다고.


신 씨가 겪은 일은 이 것 뿐만이 아니었다. 신 씨는 2009년 8월 이 사채업자로부터 산을 담보로 다시 4천5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또 선이자 및 수수료로 500만원이 추가돼 5천만원을 빌린 꼴이 됐다고. 신 씨는 월2.5%, 연30%의 이율로 월 125만원을 갚기로 했다.


그러나 이전 대출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빌린 돈 4천500만원에 대해 연 이자는 천350만원, 월 이자는 112만5천원을 넘지 못한다.


법정 이자를 명백히 초과하는 상황. 하지만 이자를 몇 달 간 갚지 못한 것 때문에 신 씨 소유의 산마저도 경매로 넘어갈 상황이라고 한다.


신 씨는 “부인이 암으로 11년간 투병생활을 했는데 이 일로 다시 입원을 하는 등 가족의 고충이 말도 못할 정도다”라며 “경매로 넘어간 집은 이전에 은행에서도 경매로 넘겼다가 집안사정을 보고 취소한 것인 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느냐”라고 토로했다.


신 씨는 또 “이율이 연30%를 넘는 데 불법 아니냐, 불법 대부업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이 사채업자는 “경찰조사도 받았고 세무소에 가서 대가도 치렀다”며 “법 테두리에서 움직였을 뿐 잘못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 씨측 설명에 따르면 경찰에서 이 사채업자의 불법 사채 운용에 대해 인지수사(고소 없이 자체 수사)중이라고 한다. 현재 경매로 넘어간 집의 배당이 진행되고 있으며 신 씨는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불법 사채나 대부업에 의한 피해라고 판단될 때는 지체없이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며 “민사소송과 관련해선 각 지역 법률구조공단에 등본, 불법 사금융에 의한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는 금전차용관련서류, 변제관련서류, 피해소명서류를 챙겨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사채나 대부업으로 인한 피해는 상당하다”며 “이자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부업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동시에 불법 사채와 대부업에 대한 좀 더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