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또 축소 의혹 확산, 금융위기 키우나
2011-09-01 임민희 기자
당초 금융계는 경영진단을 받은 85개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에 따른 리스크 위험을 안고 있어 정리해야할 부실저축은행이 얼마나 될 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일부 대형저축은행을 포함해 최소 10곳, 많게는 30곳 이상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왼쪽)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일부 언론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자산 건전성 지표)이 5% 미만인 저축은행이 15개 안팎이며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 규모를 놓고 막판 조율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하순 하반기 구조조정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지만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구조조정 대상을 당초보다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부실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매각 저축은행 PF대출채권과 3년 이상 되는 장기대출을 '부실자산'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는 총 4차례에 걸쳐 저축은행으로부터 484개(중복사업장 포함)의 부동산PF사업장을 인수했으며 원금기준으로 7조3천863억원(원금기준)의 부동산PF대출채권을 매입했다.
이중 6월 기준으로 총 45개 사업장(4천264억원)을 정리해 현재 439개(6조9천599억원)를 보유 중이다. 중복사업장을 제외하면 순수 PF사업장은 373개다.
캠코가 공적자금투입 등을 통해 매입한 저축은행 PF대출채권은 정산기간 동안 정리(매각 등)작업을 진행하되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저축은행에 환매한다.
정산기간은 당초 3년이었으나 금융당국은 지난 7월 5년으로 연장했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을 완화해 자구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캠코에서 매각이 안 된 저축은행 PF대출채권은 계속 보유할 경우 관리비용 손실만 발생하거나 매각을 해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아 결국 저축은행의 부실자산으로 남는다.
캠코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부실 PF대출채권을 인수하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대손충당금(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해 일정 부분을 적립)을 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함"이라며 "장부가를 기준으로 70%에 매입해 공사채나 기금채 형식으로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0~20%의 채권(시장가격)을 70%에 매입한 배경에 대해 "장부가 매입 원칙에 따른 것으로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 발행해 저축은행 PF채권을 매각 또는 정리하고 있다"며 "가령, 100원의 채권을 캠코가 70원에 사서 50원에 팔았을 경우 20원의 손실액은 해당 저축은행이 안게 되는데 만약 매각이 안 되면 계약을 해지하고 저축은행이 다시 가져가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3년 이상 되는 장기대출도 선이자를 떼 주는 조건으로 이번 부실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가지 부분을 완화해 줄 경우 향후 큰 화근이 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BIS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의 수는 아직 확정된 바 없고 9월 하순 경에 최종 경영진단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캠코의 저축은행 PF대출채권은 원래 3년마다 사후정산을 하도록 한 것을 이번에 5년으로 연장했는데 이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대손충당금으로 쌓이기 때문에 이를 모두 포함해서 구조조정 대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저축은행의 경우 원래 분기마다 BIS비율을 자체산정해 보고하다 보니 조작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번에 금감원이 직접 85개 저축은행에 나가 조사를 벌였기 때문에 경영지표로 삼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문제는 과거 정부로부터 이어져온 PF대출 규제완화와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 허용 등의 잘못된 정책과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소홀, 허술한 구조조정에 있다.
금융계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과거처럼 대충 덮고 무마할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초래할 수 있고 임기가 1년 4개월여 남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는 이미 상반기에 한차례 폭풍을 겪은 만큼 하반기에는 큰 문제없이 지나갈 것으로 자신했지만 금융당국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